중국이 3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미국의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미ㆍ중 양국간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기술, 첨단 제조업 등에서의 기업간 합작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은 최근 주중 미 상공회의소가 마련한 미국 기업가 모임 연설에서 양국은 글로벌 무역 협상, 환경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서로 공동의 이해를 갖고 협력할 부분이 더욱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키로 하는 등 경제적으로 대중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일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의 덤핑 수출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입었을 타당성이 크다며 반덤핑 및 중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최근 고조되고 있는 양국간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천 부장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활용해 대미 투자를 늘릴 방침이며 이것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지렛대로 정치적으로 서방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대미 투자에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천 부장은 이와 함께 양국 경제협력 강화 차원에서 대미 수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양국간 교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3,630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전체로는 대미 수입 확대 등에 힘입어 4,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대미 수입 확대를 위해 미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첨단 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 제한을 풀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무기 전용 등을 우려해 일부 첨단 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자국 외환보유액을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에 대한 금융 지원에 사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인프라 투자에는 나서겠지만 경제위기 구제 차원에서 돈을 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4일 중국 외교부의 푸잉 부부장은 "중국은 IMF 자금 확충, 유럽으로부터의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경제회복을 지원할 것"이라며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이 4,000달러가 조금 넘는 중국이 어떻게 1인당 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유럽을 구조하러 가겠는가"라며 직접적인 금융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