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관심이 미 국채의 향배에 쏠려 있는 가운데 일단 투매현상은 발생하지 않아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8일 한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아시아 및 유럽에서 거래된 미 국채는 수익률이 오히려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싱가포르 등 아시아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2.529%(오후4시 현재)로 지난주 말 뉴욕시장에서 기록한 2.554%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미 국채의 단기적인 향방이 이번주 예정된 720억달러 규모의 입찰에서 외국 중앙은행들의 태도 등에 따라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채무상환 능력이나 미 국채의 시장규모 등을 감안할 때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규정상 'AAA'등급의 채권을 보유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미 국채 매물을 내놓아 수익률이 오르는 등 일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 채무상환 능력은 변함없다=미 국채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발행잔액만 9조3,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대체하기가 쉽지 않고 미국의 채무상환 이행능력에 대해 의문이 없는 만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럽의 채무위기 확산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압둘라 카라타시 내티식스의 크레디트 트레이딩 헤드는 "미 국채는 여전히 세계의 기준 채권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신용 강등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적 펀더멘털의 취약성과 계속되고 있는 유럽의 채무위기"라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국채의 경우 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 등으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환율방어를 위해 일본 중앙은행은 600억달러를 사들였다.
◇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달려=단기적으로 미 국채의 향방은 미 재무부가 이번주 실시하는 720억달러의 입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찰은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향 협상이 타결된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입찰규모는 ▦9일(현지시간) 3년물 320억달러 ▦10일 10년물 240억달러 ▦11일 30년물 160억달러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특히 외국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높은 3년물의 입찰 결과를 보면 앞으로 미 국채의 향방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주 말 3년물의 수익률은 0.496%였다.
◇장기물, 수익률 상승 가능성도=그러나 내부규정에 따라 트리플A 채권만 보유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채권 매도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만수르 모하이 우딘 UBS 최고통화전략가는 "10년물ㆍ30년물의 경우 금리가 0.25~0.4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무디스와 피치는 여전히 미국에 대해 'AAA'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매도물량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적으로 미 국채의 운명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은 최대 보유국인 중국의 대응이다. 중국은 3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1조1,600억달러를 미 국채로 갖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보유외환 다변화 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대체투자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매도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이어 미 국채 2위 보유국인 일본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미 국채를 대체할 수단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분트(독일 국채)만 하더라도 독일이 차지하는 높은 지위와 풍부한 공급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발행규모가 1조4,000억달러(2010년 기준)로 미 국채에 비해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