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아프리카 빈곤의 악순환 왜 못벗어날까

■ 전쟁, 총, 투표 (폴 콜리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963년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케냐의 1인당 국민 소득은 거의 비슷했다. 당시 사람들은 같은 식민지 해방 국가인 두 나라가 반세기 후에 이렇게 다른 모습을 갖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식민지 해방 국가 가운데 유난히 아프리카만 왜 저개발과 내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빈곤의 경제학'을 통해 최빈국이 빠진 빈곤의 덫에 대해 신선한 관점을 소개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빈곤과 내전의 관련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한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최빈국의 정치적 폭력을 오히려 키웠다는 현실 인식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소득 수준이 일정 이상인 국가에서는 민주주의가 정치적 폭력을 줄이는 데 분명히 기여하지만 가난한 국가에서는 암살, 폭동, 정치적 시위, 게릴라 활동, 유혈내전 등 오히려 강도 높은 위험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숙청과 같은 지도자들의 선제공격 수단을 무력화해 정치적 폭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데다 최빈국에서는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종족 정체성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커서 정치인의 성과가 투표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정치 체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주주의가 아프리카에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면 이들을 구제할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최빈국 사회 내부의 정치적 폭력을 역이용할 수 있는 국제 사회의 소규모 개입 전략을 제안한다. "고소득 국가가 최빈국 국민을 위해 말라리아 백신을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안보와 정부의 책임성도 제공해야 한다"는 저자는 "적절한 수준으로 자제된 군사 개입은 발전에 필요한 안보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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