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스포츠토토, 심판이 경기까지 뛰어서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민간기업에 위탁 운영한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사업권을 회수해 직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직영화 방안은 지난해 말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체육진흥공단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넘긴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내년 3월로 위탁운영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가급적 이번 4월 임시국회 회기 중 법 개정절차를 완료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직영화 추진은 지난해 스포츠토토 모회사인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행산업을 민간기업에 맡겨서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위탁수수료 같은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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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탁사업자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직영화의 설득력과 정당성이 저절로 확보되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사행산업을 국민정서상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사행산업을 규제ㆍ감독할 뿐 민간위탁 중심으로 운영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공단 역시 감독부실의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규제당국이 진흥과 운영을 겸하겠다는 것은 심판이 선수로 나서 경기를 직접 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그동안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지만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 공청회만을 내세워 공론화 과정을 마쳤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국민 홍보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도 의문스럽다. 오히려 쉬쉬하면서 여론의 화살을 비켜가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사행산업을 부정하면 모를까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공공기관 특유의 비효율성이 자칫 불법 스포츠도박의 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상존한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공론화 작업을 충실히 거쳐야 한다. 오리온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기다렸다는 듯이 직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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