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뜻밖의 사건'으로 본 권위주의 시대상

<B>10·26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B><BR>정치적 논란불구 권력주변 풍자 블랙코미디 성격짙어<BR>임상수감독 "의지와 상관없이 희생된 사람위한 진혼가"



오는 23일 전국서 개봉 예정인 '그때 그사람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목정성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10ㆍ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제작사인 MK픽쳐스는 지난 24일 저녁 서울 용산CGV에서 약 2,000여명의 정치인과 기자, 투자자 및 영화인들을 불러 대규모 시사회를 가졌다. 일반인들에겐 오는 2월 3일 전국에서 개봉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이 일어난 1979년 10월 26일 하루동안의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영화는 최근 박 전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크게 논란거리로 삼을 만한 사안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씨가 문제삼은 고 박대통령의 ‘친일 색채’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그 시대에 교육 받았던 사람들이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내용에 한정돼 있다. 엔카를 좋아하고 일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각하(송재호 분)'뿐 아니라 그를 쏜 `김실장(백윤식 분)'을 비롯, 비서실장 등 주변 인물들 대부분이 해당된다. 다만 만주군관학교를 나왔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 `다카기 마사오'가 나오고, 박근혜 한나라당 총재가 조문하는 모습이 당시 기록화면을 통해 나오는 점 등은 정치권의 과거사 청산 문제와 맞물려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정서는 누군가를 공격하기보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맹목주의와 권위주의를 뭉뚱그려 비꼬는 듯한 전형적인 블랙코미디의 느낌을 준다. ‘각하’도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는 등 일반인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멀쩡하게 생긴 경호원은 계단을 내려오다 우스꽝스럽게 넘어진다. ‘각하’의 여자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에서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도입부에 젖가슴을 드러낸 여자들이 풀장에서 장난을 치는 장면이나 누군가 ‘그 어른 참 대단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사 역시 영화를 영화로서만 보면 당시 인물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목적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작사측이나 영화를 만든 당사자들 역시 이 영화의 정치적 목적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상수 감독은 영화가 누굴 비난할 목적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그는 “일본어 대사는 그 정도의 연령대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썼던 것이고, 심수봉 씨는 실제로 엔카를 잘 부르던 사람”이라며, “(이 영화는) 그 날 뜻밖의 사건에 연루돼 집에 한번 가보지 못하고 몇 번의 재판을 받아 급하게 처형된 사람들을 위한 진혼가”라고 말했다. 사고(?)를 친 중앙정보부장의 심복으로 분장해 열연한 한석규 씨도 “(지난해 9~11월) 영화를 비밀 촬영한 것은 민감한 소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출연 간격 조절을 위해 스스로 영화사에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영화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은 현실 정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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