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연봉 1억원 노동자의 파업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행위를 가결, 파업의 길을 열어놓았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어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항공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지금 우리경제를 홀로 이끌고 있는 수출 화물운송에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며 경제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것이다. 항공운송이 수출주력 제품인 반도체ㆍ휴대폰 등 IT(정보기술) 제품의 운송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LG칼텍스정유 노조가 보름 이상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어진 조종사 노조의 쟁의행위 결의 소식은 정말 우리들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이들의 임금수준이 다른 기업의 근로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고액으로 꼭 파업까지 가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종사의 평균연봉은 1억1,000만원, 부기장은 8,100만원이라고 한다. 노조는 여기에다 총액기준 11.3%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LG정유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들의 지난해 평균임금은 6,920만원에 달한다. 임금자체도 다른 사업장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자녀 수에 관계없이 전액 지원되는 학자금, 특실병실비와 치과보철비까지 지급하는 의료비 전액지원 혜택, 사택제공ㆍ주택자금 융자 등 기타 복지수준을 보면 웬만한 근로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이런데도 LG칼텍스 노조는 10%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동종업종 근로자보다 2배의 임금을 주며 인간경영을 하려 했다는 이 회사 사장의 배신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조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업무특성상 다른 직종과 단순히 액수만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또 임금인상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처우개선, 지역발전기금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파업의 한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다른 근로자들의 두ㆍ세배를 넘는 급여를 받으면서 더 달라고 파업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이들 노조는 지금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떻고 자신들의 파업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급증세를 보여온 수출도 하반기 들어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상승 및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등 우리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항공운송 길이 막히고 유류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액임금의 조종사와 정유사들의 파업은 결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는 노조의 앞날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항공사 노조와 LG칼텍스 노조는 임금이나 시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 비슷한 여건에 있던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백기를 든 이유를 잘 헤아려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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