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현대차 입찰 참여… 한전부지 누구 품에

4조5,000억 안팎서 눈치싸움 치열할 듯

현대자동차, 이사회 열어 입찰 참여방식 등 논의

삼성, 전자 주축 6~7개 계열사와 컨소시엄 검토

총개발비 10조 넘어… 자칫 '승자의 저주' 올수도


'현대차냐, 삼성이냐'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의 삼성동 본사부지 입찰이 17일 실시되면서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중 어느 그룹이 주인이 될지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입찰참여 의지를 밝혀 온 현대차그룹은 물론 참여 여부가 불분명했던 삼성그룹도 입찰에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한전 본사 부지를 둘러싸고 국내 최대 양그룹 간 자존심까지 걸리게 됐다.


현대차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입찰 참여방식을 논의하기로 했고 삼성도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호텔신라·삼성물산·삼성생명 등 6~7개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부지의 감정가 3조3,346억원을 기준으로 해도 총 개발비용이 1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어 자칫 경쟁이 심해질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를 대표하는 두 그룹이 한전 본사 부지를 놓고 과당경쟁을 벌일 경우 재계 이미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위경영층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4조5,000억 안팎이 1차 기준점=한전 본사부지 매각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당초 한전이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주거 지역이 95%인 현 부지를 100% 상업지구로 전환한다는 가정 아래 도출한 감정가는 약 4조5,000억원이었다"며 "정부가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한류 중심구역으로 육성하겠다고 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관계법상 한전은 한전부지에 대해 예비가격(예가)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그 이상을 써내는 곳에 우선권을 주게 된다. 즉 최소 입찰가격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4조원이라는 금액이 허무맹랑한 숫자는 아닌 셈이다. 업계에서도 한전부지를 낙찰받기 위해서는 최소 4조원 이상, 5조원대까지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전부지 감정가는 민간 감정평가 법인 2곳의 금액을 평균한 것이다.


가격과 관련해서는 변수가 많다. 우선 4조5,000억원이라는 숫자는 부지 내 지하 변전소를 완전히 철거한다는 조건 아래 나온 숫자다. 지금도 한전 지하 변전소를 통해 인근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변전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그대로 둘 경우 감정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감정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하 변전소를 두면 COEX처럼 지하 공간을 모두 개발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전 측은 "새 건물을 만들면 전기가 많이 필요해 지금의 변전소를 더 확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지하 공간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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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로 정해진 기부채납도 관건이다. 기부채납은 땅으로 하거나 돈으로 낼 수 있다. 땅으로 할 경우 영동대로를 끼고 할 것인지 대로 뒤편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 경우 입찰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낙찰자가 돈으로 대신하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현대차·삼성 눈치작전 치열할 듯=사실상 이번 입찰은 현대차냐 삼성이냐 양자 구도로 가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삼성도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며 "삼성이 들어오면 유찰은 없을 것이며 해외 기업들의 경우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전부지 입찰은 단돈 1원이라도 더 쓰는 곳에 낙찰이 되는 최고가 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현대차와 삼성 간 눈치작전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 통합사옥과 자동차 전시센터를 지어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한 현대차와 인근 감정원 부지를 매입하면서 일찌감치 한전부지에 눈독을 들여온 삼성으로서는 그룹 자존심이 걸린 입찰인 셈이다. 이로 인해 당초보다 입찰가격이 치솟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통합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넣어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고위관계자는 "한전부지는 글로벌 자동차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지"라며 "계열사와 함께 입찰할지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렇다 할 추가 개발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이미 몇 년 전 개발구상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최근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고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지만 과거 삼성이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해왔던 점이 삼성이 한전부지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두 그룹 모두 자금력도 풍부하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등의 규모는 17조6,000억원, 삼성전자는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두 기업 모두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게 핵심 과제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잖은 상황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과당경쟁을 할 경우 낙찰자로 선정이 돼도 개발 효과를 거두기 힘들 뿐더러 기업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마감시한은 17일 오후4시며 최고가를 써낸 낙찰자는 18일 오전10시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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