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소프트 파워 코리아'를 향해] 한국의 '소프트 파워' 자원은

공동체의식·역동성 강점… IT인프라 세계최고 수준


읽기 소양 세계 1위, 수학적 소양 1~4위, 과학적 소양 7~1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세계 5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에서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성적표다. 국제공인 지표인 국제수학과학능력평가(TIMSS)나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등의 조사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이나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프트 파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ㆍ지식ㆍ문화ㆍ창의성 등에 바탕을 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기본적인 인재 풀을 갖고 있는 셈이다. 또 ‘정(情)’과 ‘한(恨)’에 기반을 둔 공동체 의식, ‘다이내믹스 코리아’로 표출되는 역동성 등도 다른 민족에 없는 자원이다. 산업 기반이나 국제적 변화에서도 소프트 파워 자원은 널려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전산업이 유기적으로 융복합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ㆍ인도 등 아시아권의 부상도 과거와 달리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인의 우수한 인적ㆍ문화적 자원=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의과대학에 따르면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도시 국가인 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한국인은 ‘굶주림’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성취욕이 크고 강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운동, 한일 월드컵의 길거리응원, 태안 원유유출 때 자원봉사자의 물결 등에서 드러나듯 위기가 집단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데 탁월하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굿판이나 탈출에 등장하는 ‘난장(亂場)’은 삶의 에너지를 응집시켜 분출시키는 좋은 사례”라며 “정을 중시하는 강한 소속감과 가족주의도 국민적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류 열풍에서 증명됐듯 다른 나라 국민들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할 만한 문화적 자원도 우수하다. 뛰어난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고려청자, 자유분방한 조선시대 민속화와 분청사기 등은 한국인의 종합성과 융통성ㆍ창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 모두 지식기반산업이나 컨버전스 시대, 세계화 등에 어울리는 자원들이다. 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우리 영화ㆍ공연 등이 중동 지역에서도 인기를 끄는 데서 보듯 한민족의 문화적인 역량이 높다”며 “한반도 울타리에 머물지 말고 세계화를 통해 소프트 파워 자원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소프트 파워 국가=서양이 250년에 걸쳐 이룩한 공업화를 불과 40년 만에 이뤄낸 것(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도 한국만의 자원이다. 1ㆍ2ㆍ3차 산업을 유연하게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국민들은 한 세대 안에 1ㆍ2ㆍ3차 산업혁명과 선ㆍ중ㆍ후진국 생활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라며 “이 같은 경험은 훌륭한 리더십과 결합하면 제2의 경제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ㆍ기업경제 연구부장도 “한국은 IT 인프라 등으로 인해 산업이나 경제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토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IT 인프라는 산업 융복화와 혁신의 도구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권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것을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해외 네트워킹 구축에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한국의 발전 모델을 배워야 한다”(앤 크루거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부총재) 등의 평가에서 보듯 한국은 이미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정문건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은 “금융ㆍ컨설팅 등의 부문에서 미국과 경쟁해 우리가 이길 수는 없다”며 “한국적 개발 모델의 강점을 살리고 기존 제조업을 혁신산업으로 만드는 등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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