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권의 월드컵 유사 마케팅

독일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년 만에 한번씩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는 월드컵 특수를 기업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이 국내 경제에 미친 부가가치는 26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월드컵 마케팅 열기도 예외는 아니다. 월드컵과 국가대표팀을 주제로 각종 금융상품 및 이벤트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때 아닌 ‘무임승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는 스폰서 계약이 없이 월드컵이나 국가대표팀을 유사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월드컵이나 국가대표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곳은 공식적으로는 모 시중은행 한 곳뿐이다. 이 은행은 98년부터 해마다 대한축구협회에 10억원씩 스폰서 비용을 대고 대신 국가대표팀의 명칭과 휘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이곳저곳에서 월드컵 유사 마케팅을 벌이면서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을 ‘축구 제전’으로, 한국경기 입장권을 ‘독일 여행권’으로, 축구대표팀의 성적을 ‘한국의 성적’으로 애매하게 바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저축은행은 축구협회의 항의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공식 스폰서는 아니지만 유명한 선수를 이용한 스타 마케팅이나 마치 월드컵이나 국가대표팀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매복 마케팅’을 이용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산업계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공식 스폰서인 KTF가 아닌 SKT가 본인들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사용을 중지해줄 것을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지구촌 축구의 제전인 월드컵은 기업들의 총성 없는 마케팅 전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전세계 수십억명의 축구 팬들이 지켜볼 월드컵을 후원하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상품 판매는 물론 기업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공식적인 후원 없이 월드컵 열기에 묻어 이익만 추구하려는 몇몇 기업들의 얌체 상혼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상도의 마저 무시한 것은 아닌가 해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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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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