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멕시코 “美에 국영석유사 안판다”

멕시코는 이민협정 체결 조건으로 멕시코 국영석유사 지분 개방을 요구한 미국 의회의 제의에 대해 단호히 거부했으며, 언론과 정가에서는 미국의 태도에는 오만하고 위협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강력 반발했다.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멕시코 외무장관은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제의와 관련, 멕시코 정부는 이민협상 타결을 조건으로 국영석유사인 페멕스 지분을 개방해 미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교환을 할 생각이 없다며 제의를 거부했다고 엘 우니베르살, 레포르마 등 멕시코 유력 일간지들이 11일 일제히 보도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10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카롤리나 바르코 콜롬비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후 회견에서 "페멕스 매각은 생각조차 한 일이 없다"면서 "이런 제의를 한 미국의 위원회는 소수 그룹이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대화를 가져온 미국 의원들과는 이런 종류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가 페멕스 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시민 누구라도 어떠한 종류의 정보도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투명성 법안이 오는 6월이나 7월께 시행될 예정이라 페멕스의 경영 투명성 문제도 이미 해결됐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페르난도 카날레스 클라리온드 경제장관도 "외국 자본이 투자진출하도록 페멕스의 지분을 개방할 수는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다. 또 미국의 제의는 제도혁명당(PRI), 민주혁명당(PRD) 등 야당으로부터도 강력한 비난을 야기했다. 특히 PRD 소속 데메트리오 소디 의원은 미국의 제의는 "정신나간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90%에 육박하는 지지율 속에 2006년 대선후보로 유력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시티 시장은 "석유는 모든 멕시코인들에게 속한다"면서 "따라서 그것은 국가나 정부의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국민의 것"이라면서 페멕스 지분 외부개방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멕시코 주요 언론들도 이번 사태가 이라크전 승리 후 미국의 과도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실례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엘 우니베르살은 논설에서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승리에 도취해 (미국의) 일부 부문에서는 나머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과도하게 힘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문은 미국의 이번 `페멕스 매각` 제의는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승리를 토대로 모습을 드러낸 미국 제국주의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맹공격했다. 이와 관련, 미 하원 국제관계위의 공화당 대변인 샘 스트래트먼 의원은 멕시코와의 이민협상과 페멕스 문제는 "매우 감정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이성적으로 논의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국제관계위의 결정이 다소 경솔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미 하원 국제관계위는 미 국무부의 2003-2004년 예산 계획을 담은 법안에서 멕시코와의 이민협정 체결을 조건으로 미국 기업의 페멕스 진출을 허용토록 요구해야 한다는 제의를 했다. 이 법안의 시행을 위해서는 미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페멕스는 멕시코 연방정부 재정의 3분의 1을 충당하는 초대형 국영석유사다. 현재 페멕스 노조 지도부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당시 집권세력이던 PRI에 부당한 방법으로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IFE)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최근 데르베스 장관이 미국 방문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과의 이민협정 대신 미국이 선호하는 안보 문제를 멕시코 정부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발표하자, 멕시코 야당이 크게 문제삼을 정도로 이민협정은 멕시코로서는 미국과의 가장 중요한 외교현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철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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