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기어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에 큰 파장과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제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어제 오전11시30분에 3단계 추진체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사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들에 의해 확인됐다. 로켓 발사 징후가 포착된 지 2개월 만이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가 인공위성을 탑재했고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위성 발사라고 해도 유엔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한데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ㆍ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반대입장과 제재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관련국의 대응과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켓 발사 직후 미국ㆍ일본 등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다. 그러나 미국ㆍ일본의 요구대로 제재조치가 마련될 것인지, 된다면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비록 인공위성이라 하더라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기술과 발사능력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한반도 안보정세는 물론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구상이라는 국제사회의 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의 제재조치가 이뤄지더라도 추가적으로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고 의장성명 정도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량난으로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로켓 발사에 매달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압박수단이라는 점이 사실이라면 이번 장거리 로켓 문제는 결국 핵문제와 연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한반도 안전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보인다. 안보태세를 강화하면서 대화노력,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 확립 등을 병행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