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거품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하면 거품이 되겠지요."
2006년 8월, 차관 취임 6개월 만에 아리랑TV와 관련된 청와대 인사청탁을 거부했다가 공직에서 물러났던 유진룡(56ㆍ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차관이 지난 6월말 가톨릭대 한류대학원 초대학장에 취임 후 최근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다. 문화부에서 문화산업국장 등을 거치며 문화정책 전문가로 평가 받았던 그가 이제 한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한류를 가르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 공직과 학교, 현장을 두루 거치며 쌓아 온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그가 그려 내려는 한류라는 그림은 어떤 구도 일지 그의 구상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2003년 겨울연가 이후 불이 붙은 한류는 거의 해마다 거품논란이 불거지며 아직까지 활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간단없이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한류의 기세는 언제까지 갈 것 같습니까.
"거품론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리학에서는 핵이 생기면 폭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소멸되기도 합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핵만 생성되고 난 후 실체가 없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거품이라고 봐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콘텐츠 산업은 그 자체만으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겨울연가가 히트를 했을 때 그 콘텐츠를 음악, 게임등으로 파생시켜야 했는데 우리는 그걸 못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배용준,유시원 같은 배우들의 캐릭터 숍이 생길 정도로 장사를 잘했습니다. 겨울연가를 만든 우리는 정작 드라마를 TV에 틀어 놓은 것 말고는 한 게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캐릭터ㆍ게임ㆍ영화 등으로 확장을 했어야 했는데 못 한 거지요. 그저 겨울연가를 보고 찾아 오는 관광객이 증가한 정도입니다. 그 마저 우리가 노력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찾아온 겁니다. 어쨌거나 나는 한류는 거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잘못하면 거품이 되는 거지요. 더 키워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거품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한류 산업화를 위한 계량화 및 통계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기초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같은 얘기지만 우리가 만든 한류 콘텐츠를 가지고 일본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열광하고 흥분만 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덧붙이자면 외국인들이 이제야 한국문화의 위대함과 우수성을 알아줬다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죠. 한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만든 문화상품입니다. K-Pop의 경우 외국인들이 작곡하고, 안무도 외국인들이 가르치는 것이란 말이죠. 또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너무 강조하면 국수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대개 거품을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한류대학원이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가지고 계십니까.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한류의 산업화에 중점을 두면서 문화산업계 종사자들 간 인맥 형성을 지원해 다양한 한류 관련 사업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K팝이나 드라마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그 콘텐츠를 확대·재생산하는 사업 모델이 아직 빈약합니다. 내달 개강하는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의 한류MBA(경영학석사) 과정은 이런 관점에서 교과목을 문화 경영에 초점을 맞춰 구성했습니다. 한류 과목도 '한류콘텐츠 사례 연구' 등 사업성에 중점을 뒀고 국제무역실무, 재무관리 등 일반 경영학 과목도 상당수 포함시켰습니다. 기존 교수 이외에 한국무역협회 KOTRA 등 문화 콘텐츠 수출 실무자들도 교수진으로 초빙할 예정입니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연예 기획사들이 커지면서 협조나 통제가 안된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이 관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이룬 성과에 관이 젓가락을 얹어 놓으려고 하니까 귀찮아 하는 겁니다. '어린애들 허벅지 드러내고 춤추게 해서 돈 번다'고 비아냥거리던 사람들이 잘되니까 뒤늦게 사진 찍으러 오라고 불러대면 그 사람들이 고분고분 말 듣겠습니까? 기획사들 보고 '오만하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당국자나 기성세대들이 그들로부터 대우를 받을 만 한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한류라는 아이템으로 과정을 개설한 대학이나 대학원들은 전에도 있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가 뭔지"에 대해 물었더니 정곡을 찌르는 답변이 되돌아 왔다.
"한류 바람을 타고 대학원 과정 몇 개가 개설되긴 했지만 '한류가 무엇인가''한류 인기 비결'같은 인문학적 접근에 치중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겁니다.콘텐츠에만 집착한 부분도 있고요. 일각에서는 K-Pop을 보고 '저게 무슨 한류냐?'라고 하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옛날 것만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제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 자신을 폄하하기 때문에 '한류 댄스의 기원이 무용총 벽화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견강부회(牽强附會) 논리까지 나오는 거지요."
영화 모방 또 총격사건 총기규제 거론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