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말로는 통일, 현실은 왕따


최근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가 확정되자 대회 조직위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이 모두 함께하는 '퍼펙트 아시안게임'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며 반색했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통해 남북관계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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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시안게임 개막이 1주일도 남지 않은 현재 북한을 둘러싼 화제는 '인공기 논란'밖에 없다. 대검 공안부는 지난 11일 통일부 등 유관기관과 회의 뒤 "경기장과 시상식장·선수촌 등 대회 운영 및 경기 진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인공기 게양 및 소지 행위를 허용하고 북한 선수단 구성원이 경기장 내에서 응원할 때도 인공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고양종합운동장 앞 도로에 조직위가 인공기를 걸었다가 보수단체의 항의가 잇따라 철거되는 등 인공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인공기를 훼손하는 등의 반북시위를 벌일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지난 12일에는 주경기장 인근 국기게양대에서 인공기가 사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장기와 오성홍기는 있는데 그 사이에는 깃발 없이 봉만 솟아 있었다. 인공기 게양과 관련한 대검의 지침을 조직위가 잘못 이해한 때문으로 보였다. '다행히' 주말에 다시 찾은 국기게양대에서 인공기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인공기 실종사건'을 북한 선수단이 눈치챘을 경우 더 큰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천 거리에는 만국기가 없다. 인공기만 배제할 수 없어 모든 나라의 국기들을 내려버린 것이다. 때문에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은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도시라는 것도 모를 판이다. 만국기는 운동회의 클리셰지만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주연급 배경이다. 인천에는 경찰관 전원이 출동 대기하는 '갑호비상령'이 발령됐다고 한다. 대회 기간에는 연인원 18만명의 경찰관과 의경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임무 중 하나는 보수단체의 돌발 행동을 막는 것이다. 인공기를 포함한 만국기를 다시 걸되 누군가 인공기를 훼손하려 한다면 경찰이 막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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