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세계화 시위 최대 타깃으로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시발로 시작된 민간단체(NGO)들의 격렬한 시위는 특히 투자협정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의제 채택에 실패했지만 WTO는 당시 뉴라운드 출범을 준비하면서 투자규범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상정했었으며, 민간 단체들은 이에 반대하며 조직적으로 시위를 벌였다.노동과 환경 단체를 비롯한 NGO들은 투자규범이 마련되면 증가하는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환경파괴를 자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들은 영국, 멕시코 등이 자유로운 해고를 보장하는 것을 비롯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 전세계를 통해 경쟁적으로 노동 조건 악화를 부추겨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 규범이 마련되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빈부 격차 역시 커질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선진국 노조는 투자규범 마련으로 자국의 주요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할 경우 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긴 하지만 국제자유노조총연맹(ICFTU) 등 노동 및 환경 단체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규범에 노동과 환경기준 삽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즉 각국 정부가 해고의 자유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게 끔 명문화 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기업들이 이동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실제 ICFTU 등은 투자협정이 최초로 논의됐던 지난 95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다자간투자협정(MAI)에서 이 같은 조항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업인들이 반대하면서 이 협상은 무산됐고, 투자 규범 마련도 WTO로 넘어갔다. 대다수 정부는 환경문제와 투자를 연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노동기본권 문제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WTO도 이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WTO는 노동 기본권 문제를 파키스탄의 아동노동이나 중국의 죄수를 이용해 만든 상품과 같은 무역과 노동 관계에 국한하고 있다. 또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노동 기본권과 투자 자유화를 분리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노동 기본권 문제가 투자규범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NGO의 입장에 동의, 시애틀 회담을 무산시킨 바 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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