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30일] 관료의 넋두리

참여정부 초기에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철없는 386세대가 정권을 잡은 뒤 아마추어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여정부는 사실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 정제되지 못한 언사로 필요이상의 점수를 까먹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3개월. “차라리 참여정부가 프로다”라는 말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아마추어보다 더한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경제부처의 국장급 관료는 “차라리 참여정부는 시스템이라도 있었고 업무분장도 나름대로 돼 있었다. 그런데 새 정부는 업무분장부터 시스템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정말 도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새 정부 초기부터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는 쇠고기 문제만 봐도 그렇다”면서 “설득의 묘가 있었던가. 앞뒤 차분하게 재단하지 않고 무턱대고 밀어붙이고만 있다”며 “청와대의 명을 받은 해당 부처들은 기존과 180도 입장을 바꿨다. 국민은 똑똑해지고 있는 데 새 정부는 더 아둔해지고 있는 꼴이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녘 청와대 앞을 한번 지나가보라고 했다. 넥타이를 풀어 제치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청와대 근무자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정신없이 출근하는 청와대 근무자들의 눈빛이 살아 있는지…”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 관료의 말을 공무원의 넋두리쯤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정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정실무를 하는 관료들마저 정권에 등을 돌리려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100일이 채 안 된 정부이지만 국민들은 지치고 있다”며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감도 버리고 있다”고 한다. 김대중(DJ) 정부나 참여정부 초기 때 ‘개혁 피로증’을 호소했던 국민들은 지금 예상 밖에 철저하지 못한 ‘불도저’식 정책추진에 더욱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이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우는 것처럼 쇠고기협상도 속전속결로 끝내버렸고 한꺼번에 진행하는 공기업 개혁도 국민들의 눈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책조율은 아예 사라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청와대의 경제수석실이 안 보인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리가 끝날 무렵 “국민들이 참 불쌍한 것 같다”는 그의 말이 현실이 아닌 넋두리이기를 바라는 기자의 욕심이 과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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