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또 뒤로간 국가경쟁력(사설)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앞으로 나아갈 줄을 모른다. 해마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스위스 민간경제연구소인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97세계경쟁력 보고서 에 따르면 조사대상 53개국중 우리나라는 지난해 20위에서 21위로 내려앉았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IMD)의 97세계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46개국 가운데 30위, 사실상 꼴찌 그룹으로 처졌다. 정부와 기업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부르짖었지만 조금도 나아진 것 없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그 결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태국·중국 등 경쟁국에도 뒤지거나 추월당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그동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한 노력이 무리가 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첫해에 이같이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앞에서 자성과 자괴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두 연구기관의 평가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쟁력이 향상된 나라는 영국·뉴질랜드·핀란드·노르웨이같이 개혁을 하고 또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반면 경쟁력이 퇴보하거나 정체된 나라는 일본·독일처럼 보호정책을 쓰면서 정부개입과 간섭이 많은 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뒤처져가고 있는 까닭도 같은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WEF의 평가에서 기술·경영·개방·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꼴찌권에 머물러 전체순위를 끌어내렸다. IMD평가에선 국제화·정부·금융·SOC부문이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좋아진 것은 노동시장(인적자원)뿐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정책을 집중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가경쟁력 강화가 국제적 과제로 제기된지도 오래됐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은 경쟁력 강화뿐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개방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도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과제를 소홀히해왔다. 말로는 떠들었지만 실천이 없어 구호로 끝난 것이다. 다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규제혁파와 작은 정부의 실천을 늦출 수 없다. 금융개혁과 SOC확충도 부처이기나 지역주의를 탈피,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과감히 접근해야 한다. 정치논리의 배제도 필요한 요소다. 기업도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으로는 세계적 기업과 싸울 수 없다.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 확장 같은 경영행태를 떨치고 전문화를 통해 세계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경영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WEF가 경영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국이 5위에 올라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몇개 재벌기업에 대한 인지도일 것이기 때문에 허상일 가능성이 있어 격려거리는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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