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갤러리 도스, 이이정은‘Slow Landscape' 展


서양화가 이이정은의 개인전 ‘Slow Landscape’展이 오는 11월 27일(수)부터 12월3일(화)까지 7일간 서울 팔판동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황량하다고도 할 수 있는 풍경은 적막에 잠겨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내리쬘 것처럼, 그 직전 잠깐의 침묵이 자리 잡고 있다. 마치 환상과 현실의 경계의 틈이 벌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변화를 예고하는 틈, 그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작가만의 풍경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이정은 작가의 ‘느린 풍경’ 시리즈는 이전의 ‘누군가의 모뉴먼트(Somebody else's Monument)’ 시리즈의 배경이었던 넓게 펼쳐진 하늘에서부터 새롭게 생겨난 작업이다. 전작의 주된 요소는 욕망과 소비의 대상으로서의 마트를 비롯한 상품으로 기능하는 건축물들이었다. 상업적 현실의 판타지에 대한 양면적 감정들과 함께 켜켜이 쌓여 하나의 바벨탑으로 형상화되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시시각각 색과 형이 무한히 변화하는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걷다보면 도착하게 되는 어딘가의 풍경들이 새로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풍경이 작가의 감정을 오롯이 반영하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작품 시리즈의 문을 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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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모든 게 상품화 되는 현대사회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에 대한 성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이번의 풍경에서 이이정은은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며, 발견하고 그에 관한 사색을 서술하고 있다. 그림 속 풍경들은 사실 작가가 하나하나 직접 가본, 실재하는 곳들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이다. 그 공간에 갔던 실제 기억과 작가의 내적 풍경이 혼용되어 도출된 하이브리드적인 자연은 침묵이란 색을 띄고 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아 계절은 물론이고 밤낮조차 제대로 짐작하기 어려운 중간의 시간을 걷고 있는 풍경들은 어쩌면 찰나의 순간 같고, 또는 반대로 무한한 시간을 담고 있는 것도 같다. 소리와 시간이 지워진 풍경들은 세상 모든 것들이 끝나버린 뒤의 모습 또는 새롭게 시작하기 바로 직전 같은 공백을 생성한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관찰자가 스스로 숨을 멈추고 바라보는 것 같은 장면과 함께 심리적 진공의 상태를 이끌어내며 도시와 자연, 밤과 낮, 또는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작가가 스스로에게 투영하고 있는 개인적인 시간의 축을 따라 흘러가는 그녀의 내면에 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젠 진부하다고 할지도 모르는 소재 중 하나가 풍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이이정은의 캔버스 안에서는 그녀만의 독자적 장르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작가에게 풍경은 이제 스스로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독하지만 충실한 공간이다. 언뜻 보기엔 현실 같으면서도 전혀 현실 같지만은 않은 수평선에 놓인 이공간(異空間)으로서 기능하는 풍경은 그녀의 독특한 작가명처럼 이상하면서도 특별한, 그리고 색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문의 : 갤러리 도스 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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