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휴업이나 폐업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자동차용 부품(배기관용 벨로스)을 제조하는 금성벨로우즈. 지난해 매출은 45억원에 불과했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갖춰 미국ㆍ유럽 등에 80% 가까이를 수출하는 견실한 업체다.
요즘 이 회사는 환율하락(원화강세)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죽을 맛이다. 이 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재값은 7~8%씩 급등했고 환율마저 지난해 대비 7% 이상 하락하니 영업 마진을 남길 재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환율 좀 올리라고 요구하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2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출의 32.4% 가량을 지탱하고 있는 중소 수출업체들이 대내외 수출환경 악화로 한달 평균 200여개 업체씩 문을 닫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 들어 원화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휴ㆍ폐업하는 수출업체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출업체는 지난 2004년 3만645개사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만8,542개사에 그쳐 1년 사이 2,103개사(6.7%)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새로 설립된 수출업체(월 평균 30~50개사)를 감안하면 사실상 한달 평균 200여개사가 문을 닫는 셈이다.
무협의 한 관계자는 “수출규모가 100만달러 미만인 소규모 수출업체들이 최근의 무역환경을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 수출업체마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훼손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연구소의 이번 조사에서도 수출규모가 1,000만달러 이상인 업체는 지난해 52개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100만~1,000만달러의 수출기업은 149개나 줄어들었다. 또 100만달러 미만인 업체는 2,006개나 사라졌다.
국내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도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체감피해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KOTRA가 해외 37개국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85%가 “환율하락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수출포기를 고려하는 마지노선 환율은 950원선이 될 것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무협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의 수출경쟁력 제고는 물론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환율 안정화 노력, 수출시장 개척 등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