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환자 15만명이 우리나라를 찾는 동안 태국은 영리병원을 앞세워 우리의 10배에 달하는 156만명(2011년 기준)이 다녀갔고 인도와 싱가포르 등에서도 매년 7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치료를 받았다.
아시아에서 돋보이는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을 자랑하는 태국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병원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의 태국 병원 지분보유를 허용하는 한편 해외 환자를 적극적으로 모집했다. 태국은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다른 국가보다 인건비가 저렴한데다 관광자원도 풍부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는 전체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이 영리병원이며 이들의 진료건수 30% 이상이 해외 환자로 채워진다. 영리병원이 해외 환자에 집중되는 한편 자국민들에게는 공공의료기관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역시 이미 60여개의 외국계 영리병원이 운영되고 있고 지난달 외국계 투자가가 독자적으로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까지 완화(기존에는 합작설립)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영리병원은 비단 아시아 신흥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 전에 영리병원을 도입한 프랑스는 소규모로 단기입원이 가능한 진료 위주로 영리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병원과 마찬가지로 수가 등의 규제를 받되 전문병원 형태로 특정 영역에 집중해 경영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병원들이 수익을 추구한다. 독일은 2000년대 이후 공공의료기관 민영화가 급속히 진행된 후 민간 영리병원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대규모 자본이 유입돼 병원 체인회사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개인병원들은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음성적으로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영리병원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의료 환경이 많이 변했고 의료 서비스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이 유입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병원들이 다들 영리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푸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