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료분쟁법 제정이 갖는 의미

23년간 표류해온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의료사고 피해 해결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의료사고 피해자의 구제가 쉬워지고 해외환자 유치에도 도움에 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의료분쟁법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독립기구를 설립해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이 아닌 중재로 해결하며 사고를 낸 의사와 환자가 합의하면 생명이 위험하거나 장애 등이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재원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구제신청을 해오면 의료사고감정단을 구성해 의료진의 잘못 여부, 환자의 피해 정도 등을 조사한 뒤 의료조정위원회에서 의료진과 환자에게 적정 배상액 등을 제시하며 중재를 하게 된다. 중재안이 받아들여지면 분쟁은 마무리되며 조정과정은 3개월 내에 끝난다. 어느 한쪽이 중재안을 거부하면 소송으로 가게 되고 피해자 측이 원할 경우 처음부터 바로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의료사고 환자들은 분쟁해결 절차와 기간단축으로 피해구제를 받기가 쉬워졌고 의료진으로서는 형사처벌 완화로 심리적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의료분쟁은 주로 소송에 의존했으나 해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의료과오 입증 책임이 환자 측에 있어 피해구제에 어려움이 많았다. 소송이 보통 2~3년씩 걸리는데다 소송비용 등 경제적ㆍ정신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소율도 높지 않아 아예 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중재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분쟁법 제정은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의료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병원들이 의료사고의 부담을 크게 덜게 됨으로써 해외환자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에 사고입증 책임을 환자와 의료진 중 어느 쪽에 지우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를 남긴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장기간 국회 상정과 폐기를 반복하면서 표류해왔을 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가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풀게 된 것은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책임입증 주체 등 미비한 점은 앞으로 논의를 거쳐 보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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