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다국적 석유 메이저 기업인 로열더치 쉘에 해양플랜트용 후판을 5년간 단독 공급한다.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 기업이 특정 철강업체에 해양플랜트용 후판에 대한 장기 공급권을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최근 쉘과 해양플랜트용 후판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오는 2016년까지 쉘이 발주하는 모든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각종 후판을 제공하게 된다. 포스코는 또 실적에 따라 공급계약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쉘이 포스코에서 해양플랜트용 후판을 일괄 구매해 해양플랜트를 실제 건조하는 조선사에 사급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는 안정적인 후판 공급처를 확보하고 쉘은 자사가 발주한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재및 원가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의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20% 정도다.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철강재는 가혹한 해양환경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발주처에서 엄격한 안전기준과 까다로운 품질조건을 요구한다. 그동안 이 시장은 기술 수준이 높고 공급 실적이 우수한 유럽과 일본의 소수 철강회사들이 장악해왔다. 쉘이 이번에 포스코를 장기적인 협력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포스코의 기술력과 품질수준, 가격경쟁력,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는 해양구조물용 강재에 대한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영하 40도에서 용접부의 성능을 보증할 수 있는 고강도 후판을 공급해오고 있다. 또 내년까지 영하 60도에서도 견디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극저온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고 내마모성과 용접성능, 내부식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새로운 해양플랜트 소재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번 쉘과의 계약을 통해 향후 해양플랜트 등 에너지용 고부가가치 후판도 자동차용강판 못지 않게 회사의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전략제품으로 육성해 글로벌 후판 메이저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포스코와 쉘의 이번 계약이 해양플랜트 건조비용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사들이 떠안아온 후판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발주처인 쉘이 부담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에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쉘이 해양플랜트용 후판 공급처로 포스코를 선정한 만큼 지리적으로 포스코와 인접해 물류비용이 적게 드는 국내 조선사들이 쉘에서 해양플랜트를 수주할 기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