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日本 대지진] 환율 움직임

장중 10원이상 치솟다가 증시 오름세에 다소 진정


외환시장이 일본 대지진을 바라보는 모습은 주식시장과 달랐다. 주가는 경쟁 기업의 비애(悲哀)를 붉은 색의 화려함으로 반겼지만 외환시장은 그들의 재난을 불안함으로 표출했다. 그나마 고베ㆍ한신 대지진에서 얻은 학습효과와 지난주 말 뉴욕시장에서의 엔화 반등 분위기가 '패닉'을 막아줬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은 개장 초반부터 긴장감이 역력했다. 뉴욕시장에서 안정적 흐름이 연출됐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일본은 바로 옆 나라인 탓이다. 정부 당국이 지난 휴일에 계속 비상 대기 상태를 이어갔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문을 연 결과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원화 환율은 미 달러화에 대해 전날보다 오히려 20전 내린 1,124원에 장을 열었다. 역외에서는 비교적 강하게 달러 매수가 들어 왔지만 국내 은행권의 참가자들은 달러 매도로 대응하면서 상승폭을 제한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서의 강세 흐름이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역시 낙관은 금물이었다. 상황은 오전11시를 조금 넘겨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소식과 일본 북동부 해안에 대형 쓰나미가 도달할 것이라는 경보가 울리면서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 폭을 확대해갔다. 장 초반 매수세에서도 비교적 관망 흐름을 보이던 역외 선물환(NDF)시장의 참가자들까지 대거 달러 매수로 돌아섰다. 갑자기 시장은 소용돌이쳤고 원ㆍ달러 환율은 오전11시18분께 달러당 1,134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순식간에 10원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NDF에서 손절성 매수가 대거 유입되며 달러화가 급등했다"고 전했다. 오후 장 초반에도 불안함은 계속됐다. 오후1시를 조금 넘겨서는 달러당 1,135원30전까지 올라갔다. 이후 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외환시장의 출렁거림이 어느 정도 가셨지만 주가에 비해서는 그래도 불안함이 역력했다. 1,13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이 같은 흐름은 장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다행히 막판 경계 매물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5원50전 오른 1,129원70전으로 거래를 마쳐 1,130원 아래로 내려왔지만 불안함을 깨끗이 씻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인접 국가이다 보니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가 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배당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여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대지진 이후의 여진을 두려워하는 모습과 흡사하다"며 "일단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전 폭발 등 추가적인 이슈나 강한 여진이 뒤따를 경우 시장은 다시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계자금의 비중이 1%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지진에 따른 자금이탈 문제도 제한적일 것(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이라는 전망이 대세지만 흐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시회의에 출석해 "당분간 금융시장의 가격변수 및 외국인 투자자금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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