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영업관행 일대변화 예고/OECD 부패방지협약 체결이후

◎「뇌물」 드러날땐 계약 무효·입찰자격 박탈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6일 채택키로 한 부패방지협약은 국내 기업들의 국내외 영업 관행에 일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돈을 받은 사람은 처벌해도 돈을 준 기업과 기업인에게는 비교적 관대했던 우리나라의 사법관행이 기업과 기업인도 강도 높게 처벌하는 쪽으로 바뀌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가간의 조약형태로 체결될 예정인 이번 협약의 내용을 보면 앞으로 기업인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사수주나 물품납품을 위해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날 경우 기업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사태까지 감수해야 할 정도다. 우선 해외영업과 관련,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계약자체가 무효된다. 계약에 따라 이미 이득을 봤을 경우는 관련 이익과 뇌물제공을 위해 조성한 비자금도 몰수당한다. 특히 「뇌물제공 기업명단」이란 국제 블랙리스트에 올라 조약당사국의 공사 등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자격을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에도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뇌물을 준 기업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소속 기업도 행정, 민사, 형사상 처벌을 함께 받는다.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개방경제시대에 견뎌내기 힘들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적용범위도 넓다. 국내 기업이 외국공무원에 뇌물을 준 것도 포함되며 국내 부패행위도 적용대상이다. 현재 조달시장 개방으로 외국 기업에도 국내 건설공사가 단계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국내기업이 국제입찰이 실시되는 국내공사에서 뇌물을 준 사실을 응찰에 참여한 외국기업이 문제삼을 경우, 우리 정부는 이를 조사해야 한다. 이처럼 강도 높은 부패방지조약이 체결된 것은 미국측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워터게이트사건을 계기로 지난 77년 해외부패방지법을 제정, 외국에서 뇌물을 제공한 자국기업을 처벌하고 있다. 때문에 자국기업이 다른나라 기업과 국제경쟁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이를 국제규범화할 것을 요청해왔다. 미국은 1단계로 OECD회원국에 이를 확대하고 현재 23개국이 가입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도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중이다. OECD가 국제조약으로 부패방지협약을 체결하고 비회원국에도 확대키로 한 이유도 회원국들이 손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부패방지협약에 적극 동의하는 처지는 아니나 정식 채택된 이후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협약체결의 명분이 너무나 분명한데다 국내기업들도 기존의 관행을 떨치고 기술개발, 생산성향상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게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사문화된 형법상 배임증재죄(2년이하 징역)를 외국공무원에 대해 뇌물을 제공한 기업인을 처벌하는데 사용하고 별도의 입법조치는 마련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우리 정부에도 처벌강도를 높일 것을 요청할 경우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기업들은 순수히 경쟁력 강화에 매진, 정당한 방법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밖에 대안이 없도록 세상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파리=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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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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