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박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적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바다이야기의 게임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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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에서는 도박 중독을 심각한 질병으로 본다. 의학 용어로는 ‘병적 도박’이라고 부르며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술이나 마약 중독과 같이 한 번 빠지면 스스로 헤어나오기가 어려운 질병으로 보며, 도박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은 습관이 아니라 질병으로 규정한다.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이유, 그리고 빠지는 정도에 개인 차가 있는데 이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신영철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원인 가운데서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질병임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술, 약물, 마약, 쇼핑, 인터넷(게임) 중독이 모두 같은 원인, 즉 뇌에서 출발한다는 견해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인간의 쾌락이나 충동과 관련된 질병인데 충동을 관장하는 뇌 속의 회로가 선천적으로 부실하거나 어릴 때부터 잘못 형성될 경우 쉽게 중독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람이 술에 빠지면 알코올 의존, 도박을 접하면 도박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뇌는 특정한 자극이 들어오면 다량의 쾌락물질을 분비하고 다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 회로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불균형을 이루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신 교수는 “도박중독은 더 이상 마음이나 의지의 병이 아닌 뇌의 병, 즉 일종의 뇌기능 장애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중독의 원인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성격적인 면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신 교수에 따르면 성격적으로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은 도박 뿐 아니라 술이나 약물 중독에도 빠질 가능성이 크고 현실도피적인 사람들 또한 도박 중독에 빠지기 쉽다. 현실 도피적인 사람들은 대개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친구도 많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들에게 도박은 일시적인 항우울제나 도피처가 될 수 있다.
박용천 한양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행동’으로 도박을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심리적으로 볼 때 도박, 술, 외도를 한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는 2차적인 방법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이 세 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박의 경우 플레이어에게 재미와 집중력을 주기 때문에 허전함을 상쇄시켜주고, 곧 중독으로 이끈다.
박 교수는 “심층적인 치료를 할 때는 허전함을 핵심 감정으로 다뤄야 하며, 환자가 일단 깨닫게 한 뒤 해소할 방법을 찾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도박 중독의 치료법은 최근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신 교수는 “일부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알코올 중독에 쓰이는 일부 약물이 도박에 대한 욕구와 갈망을 현저히 줄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독자들이 ‘언젠가 딴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믿음을 교정해 주는 인지행동 치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