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전철을 무슨 마을버스 쯤으로 여기는가

감사원이 30일 발표한 경전철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일부 노선의 수요예측과 시공ㆍ운영이 부실투성이에다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었지만 감사 대상인 6개 노선 전부가 예산낭비와 특혜시비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더 기막힌 사실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경전철사업을 합치면 모두 102개 노선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경전철이 무슨 마을버스냐'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사 결과 운행 중인 노선의 실제 수요는 당초 예측의 11~25%에 불과하다. 29일 상업운행을 시작한 용인경전철도 텅텅 빈 상태로 달린다. 운영수지도 당연히 적자다. 이런 판국인데도 12개 지자체에서 18개 노선을 운영하거나 시공 또는 계약 단계를 밟고 있다. 총연장 207.3㎞에 사업비 15조5,39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전국 36개 지자체가 84개 노선의 신설을 추진 중이다. 총연장 1,175㎞에 총사업비 5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전체 길이가 1,382.3㎞인 102개 경전철이 생길 판이다. 기존의 노선이 모두 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대한 재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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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운행 중인 3개 노선에 30년간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102개 경전철에 대입하면 국민들이 떠맡을 경전철 적자보전액은 108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게 말이 되나.

말문이 막히는 대목은 무수히 많다. 경전철의 모델과 운용방식ㆍ기술도입선이 모두 제각각이다. 수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라면 장비는 물론 설비와 운용 노하우까지 국산화해 수출산업으로 키워왔건만 그런 노력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돈을 짜내 외국회사의 배만 불리는 동안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경전철을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통은 물론 재정과 산업정책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무리하게 사업을 전개하거나 비리에 연관돼 경전철 적자를 키웠다면 전현직 지자체장과 관련 공무원에게 법적ㆍ사회적 책임도 물리자. 마을버스라도 이토록 허술하고 무책임하게 운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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