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은법에 열석발언권 계속 둬야 하나

정부가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을 정례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모양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8일 "필요하다면 갈 수도 있지만 금통위에 매번 참석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은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권한행사를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11일 열리는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 차관급 인사가 금통위에 참석해 정부 입장을 개진하는 열석발언권은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한은에 대한 정부의 견제장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이번 불참 방침은 최근 전방위 금리인하 압력에 대한 한은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결정은 양측 간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관련기사



열석발언권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한은 사이의 불신과 소통부재가 빚어낸 기형적 제도다. 양측이 상호존중 원칙에 입각해 정책 신뢰가 쌓이고 소통이 원활하다면 굳이 금통위에 정부 고위관료가 참석할 이유가 없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돼 10여년간 유명무실하다 정부가 2010년부터 거의 빠짐없이 권한을 행사한 것도 이성태 전임 총재시절 한은과의 불협화음을 빚은 탓이 크다.

추 차관의 말마따나 열석발언권이 없더라도 한은에 메시지를 전달할 통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한은 총재와 부총재, 한은 지명 몫 3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인사권을 사실상 정부가 쥐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처럼 한은 달래기 차원에서 선심 쓰듯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법률적 근거조항을 계속 둬야 하는지를 고민해볼 때가 됐다. 실효성도 없으면서 한은 독립성 논란만 초래한다면 존치해야 할 명분은 더더욱 약해진다. 물론 열석발언권의 법적 규정이 삭제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한은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높여야 함은 두말한 나위가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