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7일] 섀도보팅이 감춰버린 권리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아주 비합리적인 제도지요." 증권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섀도보팅(Shadow Voting)을 이렇게 평가했다. 섀도보팅이란 주주총회 성립 정족수(전체 발행주식의 4분의1)에 미달할 경우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주식을 의결 결과를 바탕으로 안분(按分)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식 10주를 가진 개인투자자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주총에서 특정 안건에 대한 찬반 비율이 6대4라면 그 투자자의 주식 가운데 6주는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간주되는 셈이다. 상장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은 부족한 주식 물량을 직접 주주총회 장소로 들고 가 안건에 대한 찬반 비율에 따라 배치한다.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악습이다. 소액투자자들의 의견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대주주들의 뜻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장기업들의 섀도보팅 집행 비율이 30%를 넘겼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주주총회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필요악'이라고는 하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서는 섀도보팅의 폐해를 완화하고자 6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8월부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자투표 채택 여부는 상장사들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전자투표를 통해 소액주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려면 법률로 강제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허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상장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이 최대주주의 의사에 대거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전자주총 의무화가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들이 대주주의 편의를 위해 섀도보팅을 남발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