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이 회복되는데도 신용카드사들은 울상이다.
경기 침체로 장롱 속에 넣어뒀던 백화점 상품권을 사용하는 고객 비중이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백화점에서 신용카드 승인 금액은 1조1,300여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7%나 감소했다. 앞서 올해 3월에도 백화점 신판 규모가 전년 대비 18%나 오그라들었다.
당초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무이자할부가 중단되며 백화점 신용판매 금액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무이자할부가 중단되면 백화점도 매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신용카드사들의 논리였지만 정작 이 기간 동안 백화점들의 매출은 역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인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은 3월부터 5월 중순까지 매월 5~10%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행락 시즌과 맞물리면서 소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 대신 백화점 상품권이 백화점 매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AK플라자의 집계에 따르면 3월과 4월 AK플라자의 상품권 회수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7%와 1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역시 올해 1ㆍ4분기 상품권 회수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했다.
AK플라자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두드러지면 고객들이 그동안 아껴두고 사용하지 않았던 백화점 상품권 회수율이 증가하는 소비 패턴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상시 무이자할부 행사가 중단되면 백화점 전용 자사 카드로 고객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백화점들의 전망도 어긋났다.
유일하게 백화점 전용 자사 카드를 발급하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행사가 중단된 3월 신규 카드 발급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신용카드 상품 중 무이자할부 서비스가 탑재된 카드가 많아 무이자할부 상시 행사 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