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중일 바둑 영웅전] 프로정신

윤기현 9단도 감탄과 탄식을 거듭했다. "조훈현이 왜 천재인가가 이 바둑에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친구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직업을 택했으니 얻어터질 수밖에. 내일 모레면50인 친구가 서슬이 더 퍼래진 느낌이다. 이 친구는 적어도 10년쯤은 더 최정상 부근에서 놀 것 같다." 김승준은 일단 65로 3연성을 펴며 승부를 계속할 의사가 있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조훈현이 66으로 쏙올라서는 순간 그 오른쪽 흑이 ?i기는 몸이 되었다. 백 68까지만 두어놓고 조훈현은 70으로 좌하귀의 실리를 극대화했 다. 흑 71은 돌을 던지지 않고 계속 두려면 이런 식으로 터를 넓혀 보아야한다 . 조훈현은 흑의 세력권을 본체만체하고 72로 걸치고 본다. 우상귀의 흑돌 은 아직 근거가 박약한 터이므로 그쪽부터 압박한 것. 흑이 그 돌을 살리려고 우상귀 방면에 몇 수를 스면 그것에 편승하여 중원 흑세삭감의 리듬을 찾아내겠다는 고등 전술이다. 김승준은 흑73으로 일관성있게 중앙을 키우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우상귀마저 백의 확정자로 변하게 되었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김승준은 더 두 어 보다가 돌을 던졌다. 대국이 끝난 며칠 후에 김승준은 말했다. "10년 이상 프로로 뛰었지만 나는 아직도 포르 정신이 약하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예상치 못한 묘수를 당했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희한한 상황이 된 후에도 나름대로 최선의 길을 모색했더라면 실전처럼 완패는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과감하게 하변을 모두 내주고 우변과우하귀를 장악하는 착상이 아쉬웠습니다" 100수 이하줄임 백불계승.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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