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쌍두 개발시대를 향하여

20여년 전 유학시절, 미국시장에 갓 등장한 엑셀 승용차를 발견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새롭다. 기껏해야 의류ㆍ신발류ㆍ흑백TV나 오븐 정도의 수출품이 외롭게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던 때에 ‘달리는 문명의 총아’ 자동차의 출현은 이국땅 유학생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 자동차산업은 생산규모 세계 4위를 차지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JD파워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자동차가 고급브랜드인 포르셰와 렉서스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로는 품질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그룹총수의 품질경영이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와 함께 대외적인 마케팅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품질 만족도가 기술수준의 만족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내구성과 중고차 시세 등에서 일본 자동차에 대적할 만한 기술수준의 제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나 대외적인 위상을 표시하는 상징성으로 보나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자동차산업의 기술수준을 재점검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자동차산업도 단순한 기계산업이라기보다는 전자산업으로 보아야 하는 ‘융합화 시대’에 처해 있다. 세계적 수준에 와 있는 우리의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이 힘을 합쳐 에너지 절약형이나 새로운 소프트웨어 투입형 자동차 공동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지난 60~70년대가 경공업ㆍ중공업 제품의 수출 공업화를 기본으로 한 경제개발의 연대였듯이, 21세기 국제화 시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마침 환율하락으로 어려운 경제에 고유가까지 겹쳐 새삼스레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기술개발과 자원개발이라는 두 마리의 말이 우리 경제를 이끄는 쌍두 개발시대가 창출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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