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과 세트 피스.'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더반 프린세스 마고고 스타디움에서 치른 월드컵 대표팀의 공개 훈련에서 드러난 나이지리아전 필승 키워드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나이리지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파부침주(破釜沈舟ㆍ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 앉히다)'라는 사자성어로 결전의 심정을 밝혔다. 비긴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조건 이기는 경기 운영을 하겠다고도 얘기했다.
그러나 실제 나이지리아전에서 가동될 전술은 '파부침주'보다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ㆍ생존을 확보한 후에 상대를 공격함)'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이날 훈련에서 11대 11의 전술 훈련으로 나이지리아전 용병술을 짐작케 했다. 그리스전과 같은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허 감독은 이날 '주전조'를 대상으로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훈련과 세트 피스 공수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아르헨티나전의 뼈아픈 실수를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이날 훈련은 아르헨티나전 패배의 단초가 됐던 것들을 보완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었다. 대표팀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전반 17분과 33분에 잇달아 골을 내주며 흐름을 완전히 빼앗겼다. 모두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실점이었다. 허 감독은 이날 전술 훈련에서 프리킥을 허용했을 때 밀집 수비로 이를 무력화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 1선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고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수비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압박을 가하지 못했고 느슨한 수비 조직 사이를 파고든 상대의 개인기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공격 시에는 볼 소유권을 오래 유지하고 지공을 펼치는데 초점을 맞췄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신중한 경기 운영을 하려는 허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슈팅 훈련은 세트 피스에 집중됐다. 나이지리아 골문을 열 방편으로 프리킥, 코너킥 상황에서의 약속된 플레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그리스전(2-0) 프리킥 상황에서 이정수(가시마)가 결승골을 작렬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세트 피스 공격에 위력이 없었다.
종전과 다른 변형 전술을 선보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키커로 나선 기성용(셀틱)이 리턴 패스를 받아 직접 슈팅을 때리는 형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수비에서는 강한 압박, 공격에서는 정교한 세트 피스. 허 감독이 선택한 나이지리아전의 필승 해법이 효력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