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잡동사니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 잡동사니의 역습 (랜디 프로스트·게일 스테키티 지음, 윌북 펴냄)


1947년 뉴욕에서는 눈이 멀어 거동이 불편한 형 호머 콜리어와 형을 돌보던 동생 랭글리라는 한 형제의 죽음이 화제가 됐다. 3층 저택에서 산 이들은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둔 더미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조사 결과 형제가 이 집에 모아둔 잡동사니는 무려 170톤. 어마어마한 쓰레기 때문에 집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형제의 주검이 발견되기까지 3주가 걸렸다. 미국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콜리어 형제 이야기는 저장 강박증의 극단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인간은 온갖 물건을 수집하고 저장하는데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물건에 대한 욕구가 애착을 넘어 삶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해 콜리어 형제처럼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미국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저장 강박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년간 저장 강박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2명의 저자는 수백 명의 수집광들을 만나 사례를 조사하고 그들의 행동 양태를 기록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저장 강박 증세자 20여명을 증상별로 구분해 소개하고 인간의 저장 강박증에 대한 해석과 치유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저장 강박증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아픈 개인사를 되돌아본 뒤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저자들은 저장 강박자들이 엄격한 아버지, 성폭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외상 후 겪는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 건전한 수집행동을 뛰어넘어 병리적 현상으로 발전한 저장강박증에 대해 사회문화적인 분석도 시도한다. 소유개념과 소유권에 대한 기초적 논의 등도 접할 수 있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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