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도이전 민의수렴은 국회의 책무

수도이전 문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투표 조건부 수용 가능성 시사 발언으로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됐다. 노 대통령은 어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 보면서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간담회 내용의 기조는 수도이전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데 대한 불만과 비판, 그리고 확고한 추진의지의 재천명이었다. 그러면서도 비록 조건이 달리기는 했지만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이런 입장 변화는 스스로 강조했듯이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는데도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국회의사를 거역하는 것으로 3권 분립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 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했던 국민투표 공약의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국회의 여당지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민투표 논의와 결정을 국회로 돌린 데 대해서는 책임회피 등의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합의 절차의 길을 터놓았고 그 결과 국론분열과 국력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찌 됐든 이제 수도이전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여부는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회는 민의를 충실히 반영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특별법 통과와 여기에 야당이 찬성했던 점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수도이전은 이미 끝난 문제이며 야당의 반대를 정략목적으로 지역주의를 앞세운 국론분열 행위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반대론을 ‘대통령 흔들기’로, 심지어 언론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음모인 것처럼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도이전이 국가운영과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고 또 행정기능의 일부 이전에서 입법ㆍ사법부까지 옮겨가는 천도로 성격이 확대됐는데도 법안심의 과정에서 국회차원의 공청회 한번 열지않은 채 통과시켰다는 것은 졸속 중의 졸속이 아닐 수 없다. 이 점에서 야당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 문제를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이용한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 본란을 통해 이미 지적했듯이 수도이전에 관한 민의는 다수의 의사를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확인하라는 것이고 그 최선의 방법은 국민투표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도이전에 대한 효과와 시기의 적절성, 재원조달 등 모든 문제에 대해 깊고 폭 넓은 토론과 의견개진이 이뤄져 국민들의 이해를 돕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든 찬성이든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 여당은 국회에서 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수를 앞세워 민의를 거스르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는 ‘근조(謹弔)국회’로 불린 16대 국회에서의 대통령탄핵소추 사건이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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