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비트’라는 배의 키를 잡게 됐지만 숱한 파도를 거치면서 내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1월부터 조현정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의료정보전문업체 비트컴퓨터를 이끌고 있는 전진옥(47ㆍ사진) 사장은 5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의 경영실적을 취임 첫해인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매출 212억원)’으로 탈바꿈시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2000년부터 불어 닥친 의료시장과 벤처산업의 침체는 벤처 1세대인 비트에 직격탄을 날렸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누적적자가 100억원을 넘어 전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제의받았던 2004년 말에는 비트의 경영상태가 매우 어려운 편이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원에서 정보시스템을 전공한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서 연구생활을 한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인 전 사장. 그는 2000년 비트컴퓨터의 기술연구소 소장으로 비트와 첫 인연을 맺은 뒤 지난해 초에는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전 사장은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는 터라 조 회장이 어떤 생각으로 사장 자리를 제의했는지 지금도 의아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회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기본적인 방향과 경영철학에서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인지라 경영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전 사장은 “그러나 지난 1년간 경영자로 거듭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이것이 비트컴퓨터가 지난 5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평가한다. 올해를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로 설정한 비트는 매출 340억원, 25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전 사장은 “현재 의료시장이 고객 서비스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디지털 병원의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비트의 노하우를 잘 살릴 수 있는 전자차트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중소형 병원시장에 대한 의료정보통합솔루션 공급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본격 추진할 공공의료 정보화 사업과 e헬스케어(e-Healthcare)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는 전염병정보망ㆍ예방접종 등 국가보건정보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비트의 장기 비전과 맥을 같이하는 것. 해외 사업도 순항 중이다. 이미 일본ㆍ태국 등 해외법인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데다 북미ㆍ파키스탄ㆍ우크라이나 등 새로운 시장에도 차근차근 진출하고 있다. 또 지난해 바이오벤처기업 굿젠에 지분 투자(9.7%)를 통해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을 융합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DNA칩 사업 해외 공동 진출 및 유전자 뱅크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사업 등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