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정지훈 관동의대 교수 "병원혁신은 의사 아닌 환자에 초점 맞춰야"


경기 고양시 관동의대 명지병원에는 100여개의 QR코드가 설치돼 있어 병원 서비스와 의료정보를 모바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 4월 설치된 환자공감센터는 고통받는 환자의 심리까지 분석해 의료 서비스에 반영한다. 이 같은 병원 서비스 혁신에는 정지훈(41ㆍ사진) 융합의학과 교수 겸 IT융합연구소장의 손길이 배어 있다. 의사보다 미래학자로 더 많이 알려진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우리들병원 생명과학연구소를 거쳐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병원 혁신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정 교수는 "병원 혁신은 서비스의 관점을 의사에서 환자로 옮겼을 때 가능하다"며 "명지병원의 QR코드 설치, 환자공감센터 등은 정보기술(IT)ㆍ디자인ㆍ건축ㆍ경영학 등 통섭의 묘미를 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카이저퍼머넌티, 클리블랜드클리닉 등 유명 병원들이 환자의 경험을 수집ㆍ분석해 경영에 접목하기 시작했다"며 "명지병원이 환자제일주의 미션을 구현하기 위해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의료 서비스 혁신이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과거 의료산업은 폐쇄적이고 의사는 의료정보를 독점한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돼왔지만 IT 발전으로 소비자가 똑똑해지면서 의사의 실력을 평가하게 됐고 서비스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기술 발전으로 첨단장비들이 의사를 대신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어 길게 잡아도 20년 뒤에는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인 의사도 시대적 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듯하다. 그가 미래학자로 불리는 데는 IT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인문학ㆍ사회학 등을 접목한 아이디어로 각 분야에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사회학ㆍ인문학ㆍIT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힌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한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밴드 연주를 하는 대학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정 교수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원동력을 다룬'제4의 불(2010)', 인물을 중심으로 미국의 IT 벤처 성공 신화를 풀어낸 '거의 모든 IT의 역사(2010)' 등 10권의 IT 관련 책도 썼다. 책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지식경제부 산하 포럼 등 정부는 물론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숱한 자문 요청을 받았고 요즘에도 일주일에 2~3차례 자문을 한다. 스마트폰을 기점으로 국내 IT산업이 위기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2000년대 IT 붐이 일었을 때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자리잡을 수 있는 벤처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벤처 1세대들이 국내 벤처사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며 희망론을 폈다. 이를 위한 대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건강한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기업의 투자가 절대적이다. 인수합병(M&A)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구글이 최근 2~3년 동안 80여개의 신설 벤처(start up)를 M&A했다. 국내 대기업도 벤처기업을 파트너로 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자세로 젊은 세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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