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부광안트로젠 연구소장 李益煥
"시작이 반이라는데 안트로젠은 기반기술과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말이면 골수간세포가 심근세포로 분화되는 초기 단계의 심근모세포를 분리해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부광 안트로젠의 미국 보스턴연구소장인 이익환(李益煥ㆍ44ㆍ사진) 박사는 심근세포 이식으로 심근경색 등 각종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보스턴에 200여개의 바이오 벤처가 있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 등을 찾아 다니며 자본을 끌어들이느라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며 "부광약품이 신속하게 자본금 180만 달러 회사(안트로젠)를 설립해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경북대 생물학과, 연세대 대학원 생물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아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하버드 의대 BIDMC 심혈관연구팀(지도교수 세이고 이즈모 하버드 의대 교수)에서 심근세포 조절유전자의 소재 파악에 나선 것은 지난 96년. 그로부터 3년 넘게 실험실에 파묻혀 지낸 끝에 올 초 특허를 출원했다.
李 박사는 당초 특허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쓰고 연구비 지원처를 물색해 조교수가 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성구(李聖求) 부광약품 상무로부터 바이오 벤처기업을 차려 사업화하자는 제안을 받고 교수 꿈을 접었다. 그는 지난 96년 선배 소개로 분자생물학 시약사업을 추진하던 이 상무를 처음 만난 이후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보름도 안걸려 이 상무가 대표를 맡는 회사가 만들어지고 BIDMC측과의 특허 라이센스계약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복병이 나타났다.
미국의 대학이 벤처기업 등에 특허기술 등을 넘길 때 업체의 자금사정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대가를 주식으로 받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련법령은 비상장사가 기술도입 대가로 외국인에게 주식을 줄 경우 몇%를 주는게 합당한지 법원에서 판단토록 돼있어 국제적 관례의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BIDMC측에 현금을 주고 주식을 매입케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변호사로부터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에 확인해본 결과 주식취득을 보증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결국, 현금을 주고 출원된 특허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 이 소장은 "우리 정부가 겉으로는 벤처 육성을 외치면서도 관련법령 정비를 소홀히 해 부광 안트로젠이 특허기술을 사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제도정비를 촉구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3월 회사 설립절차를 마친 안트로젠이 BIDMC측으로부터 특허관련 라이센스계약을 체결하는데 4개월 이상이 걸렸다. "경쟁업체들과의 시간다툼이 치열한 벤처업계에선 있어선 안될 일"이라는 게 이 소장의 생각이다. 더구나 외국의 몇몇 바이오 업체들이 BIDMC측과 라이센스계약 체결을 시도, 이 소장과 협상을 주도한 이성구안트로젠 사장의 피를 말렸다.
한편 李 박사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발전하려면 세계시장을 겨냥, 산학협동의 무대를 국내 대학ㆍ연구소에서 세계의 대학과 연구소로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내 바이오 벤처들은 대부분 국내 시장을 겨냥해 바이오칩과 같은 물건을 만드는 회사"이라며 "글로벌 산학협동을 통해 기반기술을 확보,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만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입력시간 2000/11/1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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