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58)씨의 부인 박필순(57)씨가 지난 20여년 동안 틈틈이 수 놓아온 전통자수 작품 50여점으로 19일 전시회를 열었다. 오는 25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장에서 열리는 박씨의 작품전에는 보석함ㆍ반짇고리ㆍ가리개ㆍ이층장 등 전통자수작품이 선보였다. “그저 옛날부터 전해져오던 생활자수로 아이들 혼례 때 썼던 것들일 뿐”이라고 박씨는 부끄러워했지만 7년 동안 작업을 했다는 여덟 폭짜리 병풍 ‘일월곤륜도’ 같은 대작도 있다. 궁중 화가들의 웅장하면서도 심오한 추상력을 보여주는 ‘일월곤륜도’는 수 놓는 데만 7년여의 세월이 흘렀을 뿐 아니라 여덟 폭에 열자나 되는 높이만으로도 생활자수의 범위를 넘어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십장생이 수놓아진 ‘수저집’ ‘장생문 오방색주머니’ 등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다. 박씨는 지난 73년 이씨와 결혼한 뒤 33년간 2남1녀를 키우면서 정치적 발언 등으로 수없이 화제에 오른 남편을 내조하느라 늘 분주했지만 막내딸 이기혜(24)씨가 세돌이 지나던 84년께부터 조금씩 짬을 내 전통자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수를 통해 나타난 옛 사람들의 그윽한 기품과 아름다운 성정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 버클리대 초빙교수로 미국에 체류 중인 남편과 함께 일시 귀국한 박씨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오는 10월 중순 동(同) 대학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