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전자] 흑자 사업까지 매각 뼈깎는 구조조정 결실

지난 98년7월15일 저녁.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사장이 서류가방을 들고 신라호텔에 들어섰다. 동시에 이윤우(李潤雨)사장, 진대제(陳大濟)부사장, 최도석(崔道錫)부사장, 김인수(金寅洙)상무, 윤주화(尹柱華)이사 등 삼성전자의 핵심 임원진 14명이 모두 신라호텔로 모여들었다. 곧 바로 이어진 이날 회의는 하룻 밤을 꼬박 지샌 후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끝났다. 尹사장은 『월간 적자 규모가 1,7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위기가 이어졌다』며 『이 상태로는 도저히 기업을 운영해나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아래 백지에서 밑그림을 다시 그린다는 자세로 긴급회의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마련된 것이 전력반도체 매각, 무선호출기사업 포기, 서비스 직종 분사, 가전제품 일부 품목 사업 철수 등 지난해 삼성전자가 펼쳤던 각종 구조조정의 가닥들이다. 특히 전력반도체는 연간 500억원이상의 수익을 올리던 품목이었으나 성장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아래 이날 이후 페어차일드사에 과감하게 넘겨버렸다. 지난 97년9월 수원공장 경영합리화 작업이 1단계 구조조정이었다면 전사적으로 구조조정을 확산, 적용시켜가는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삼성전자는 이날 회의를 통해 사업 철수나 제품 생산 포기와 같은 굵직한 부문뿐 아니라 선물용 달력 제작 포기, 배차방식 변경, 전무급 이하 자가운전, 사원 경조사비 하향 조정 등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는 모든 여지들을 시시콜콜하게 따졌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김인수 상무는 『1년에 5,000만원 정도 들어가는 구내식당의 네프킨이 이날 회의이후 사라졌다』며 『철수, 매각 및 포기 결정이 내려진 사업부문 임직원들의 엄청난 반발과 저항을 극복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올들어 최고의 효자노릇을 하는 TFT-LCD사업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심과 이를 타개해나가는 결정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막대한 투자자금이 들어갔으나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던 LCD사업부문을 놓고 삼성전자는 한 때 외자유치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 『타이완 등으로부터 LCD 사업부문의 20%에 달하는 지분만큼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거론됐었다』는 金상무는 『구조조정이 기대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데다 LCD사업부문의 성장가능성을 확신해 자체 자본으로 밀고나가기로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맨들은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성공 이면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극복해 내겠다는 의지와 미래에 대한 확신 등이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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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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