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끝없는 추락세를 지속하며 약 3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45.30달러(3.6%) 급락한 1,229.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0년 8월23일 이후 최저치다. 금 가격은 올 2ㆍ4분기에만도 23%가량 폭락하며 1971년 금환본위제가 페지된 이래 분기 기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금 가격은 미국의 1ㆍ4분기 경제성장률(확정치)이 2%를 하회하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속락했다. 그동안 금값이 중앙은행의 통화확대 가능성이 커지면 급등하고 축소 전망이 나오면 하락한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값 하락에 대해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ㆍ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수요감소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케빈 그래디 포에닉선물옵션사 대표는 “양적완화 축소 로드맵이 나온데다 중국 신용경색, 인도 화폐가치 하락 등의 여파로 신흥국 수요감소까지 겹치며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투자가들은 4월 금 선물가격이 이틀 동안 200달러 가까이 폭락할 당시 앞다퉈 매수에 가담해 가격하락을 방어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규모 매도물량이 나오자 이후 개장된 뉴욕ㆍ런던거래소 금값이 연이어 폭락하는 등 ‘도미노 하락’ 장세가 연출됐다.
월가 투자기관들도 이번주 들어 앞다퉈 금값 전망을 내리고 있다. 금 강세장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던 UBS는 이날 향후 12개월 금 예상가격을 온스당 1,750달러에서 1,050달러로 재차 수정한다고 밝혔다. UBS는 향후 3개월 전망도 온스당 1,150달러로 내렸다. 전일 골드만삭스도 내년 말 예상 금 가격을 온스당 1,050달러로 낮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적완화 축소 로드맵이 공개되며 10여년간 지속돼온 금값 상승 국면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신흥국 경기둔화와 생산비 증가 등이 겹쳐 금 하락세는 향후 몇 달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