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올 상반기 부도 91년來 최저

6월말까지 1,280건…작년 상반기보다 28%나 줄어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던 소기업의 당좌거래정지가 근년 들어 급감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 9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은행들이 소호(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도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풀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경제의 체감경기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17일 금융결제원이 당좌거래정지 법인 및 개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0년 6,693건에 달했던 당좌거래정지 건수는 지난해 말 사상 최저 수준인 3,416건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해 6월 말까지 당좌거래정지 건수는 1,28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782건보다 28.17%, 2004년 상반기 2,210건보다 무려 42.08%가 줄어든 것으로 금융결제원이 집계를 한 91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최저치다. 특히 올 들어 월평균 당좌거래정지 건수는 210여건에 불과해 2000년의 558건, 2001년의 440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1월 213건, 2월 191건, 3월 241건, 4월 236건, 5월 189건, 6월 210건으로 200건이 채 안 되는 달도 두 달이나 됐다. 당좌거래정지는 자기앞수표ㆍ가계수표ㆍ당좌수표와 약속어음 등을 거래하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 소호(자영업자) 등 일반 경제활동 주체들이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3회차까지 결제하지 못해 4회째 최종 부도 처리된 경우를 말한다. 이 수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것은 국민경제에서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개인 등 소기업의 부도가 급감, 이들의 자금 사정이 크게 호전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와 함께 전자금융거래(B2B 전자결제)가 어음결제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전체적인 볼륨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이끈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당좌거래정지 전 단계인 어음부도 규모 역시 급감하고 있다. 2000년 부도난 어음은 40만3,241장에 26조6,65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22만5,954장, 5조120억원까지 규모가 줄었다. 올 상반기까지 부도난 어음은 9만8,751장에 1조6,480억원으로, 이 또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어음 부도율은 2004년 0.06%에서 지난해 0.04%, 올해는 0.02%까지 떨어졌다. 어음 부도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의 자금거래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광규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조사역은 “월별 어음 부도율을 보면 91년 공식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자금 사정도 좋아지면서 부도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는 중소기업들의 부도율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ㆍ4분기 6.6%에 달하던 보증기업의 부도율은 지난해 말 5.8%로 떨어진 데 이어 6월에는 4.8%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중소기업과 개인기업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과 함께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도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올 들어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소호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중소기업과 개인기업들의 부도가 줄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 해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경제지표로 확인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부도기업이 크게 줄어 안정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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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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