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5일] 쌍용차 협력사의 절규

13일 천안 남서울대에서 열린 쌍용차 협력업체들의 임시총회장. 쌍용차의 파산결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한 거수표결이 진행되자 거의 대부분의 협력사 사장들은 아무 망설임없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당초 통과여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던 집행부조차 회원사의 반응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뿐만 아니다. 50여일간 지속된 노조측의 공장점거 파업으로 초래된 매출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제출된 1,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형사소송 안건도 다수의 찬성에 의해 무난히 통과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쌍용차의 한 간부가 나와 40여분에 걸쳐 미래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협력사를 다독거렸지만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총회에서 만난 한 협력사 사장은 “쌍용차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심정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진 게 아니겠냐”며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협력업체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쌍용차 사태 장기화로 줄줄이 휴업에 들어가는가 하면 직원들을 무더기로 내보내야 하는 뼈저린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쌍용차 노사 양측의 이기심과 정부의 무관심까지 겹치는 바람에 엉뚱하게 협력업체들만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협력업체들은 지난 상반기에만 매출이 80%나 줄어들었으며 정리해고된 직원도 3,390명에 이르고 있다. 부도를 맞거나 자진폐업한 업체만 23개에 달하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도 장기 휴업과 순환휴직 등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때 쌍용차와 협력사가 꿈과 희망을 나눠갖는 공동운명체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놀고 있는 공장기계만 보면 분통이 터져나온다”고 말했다. 영원한 을의 관계인 협력사들이 똘똘 뭉쳐 모기업의 파산결정까지 촉구하고 나선 것은 회생채권이나마 빨리 회수해 직원들 퇴직금이라도 한푼 더 챙겨주겠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쌍용차 사태로 20여만명의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받아야 할 고통은 너무나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노사관계는 물론 중소기업들이 상생의 대상이 아닌 일방적 피해자로만 몰릴 수 밖에 없는 잘못된 현실도 뜯어고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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