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과거 부동산 정책 왜 실패했나

규제위주 정치논리와 도덕적 해이 확산 모두가<br>부동산시장에 해로워 시장경제 원칙 지켜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제일 먼저 내놓은 정책이 '4ㆍ1 부동산대책'이다. 이번 대책에는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내용도 적지 않게 들어 있다. 올 연말까지 미분양이나 신규 주택,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9억원 이하 기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앞으로 5년간 집값 상승분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가 면제된다. 정부는 그동안 금기시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은 40%까지 떨어졌다. 집값이 비쌀 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문제가 심각하다. 집값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가 부실화될 위험이 커지고 이는 다시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서둘러서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동안 부동산정책의 실패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오늘날 부동산시장을 망가트린 데는 노무현 정권 5년 동안의 부동산정책이 주효했다고 본다.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양도세ㆍ보유세를 올리고 아파트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등 각종 규제를 남발했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만도 수십 가지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나치게 부동산 억제대책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부동산 관련 세부담과 각종 규제로 부동산거래가 위축되고 건설경기마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둘러싼 각종 규제 또한 민간 주택건설을 침체시켰다. '세금폭탄'으로 주택수요를 억제해 집값 하락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세금중과는 수요억제보다 거래를 위축시켰고 공급부족을 가져왔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뿌리뽑겠다고 내놓은 강도 높은 대책들이 시장에 충격과 혼란만 가져왔을 뿐 실패로 끝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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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명박 정부는 침체되고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양도세ㆍ종부세 완화를 검토하고 부동산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20여번 내놓았지만 부동산 규제를 찔끔찔끔 풀다가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부담이 지나치게 높고 자의적인 것은 종부세 등 부동 정책을 성공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참여정부가 오히려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부동산투기에 불을 지른 것도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집값이 폭등함으로써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평범한 봉급생활자나 평생에 재산이라고 집 한 채 마련하고 은퇴한 고령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중과세하게 됐다. 이러한 납세자들의 고충과 불만을 노무현 정부는 무조건 '반사회적 행위'로 몰았다.

또 한 가지 실패이유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반(反)시장적이라는 점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원가공개 등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는 조치들이다. 가격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원가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시장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가격통제가 일시적으로 가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정부는 결코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 현재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젊은 날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하나의 역할 모델이 돼 근면한 사회를 이뤄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들을 '악덕 투기꾼'처럼 대했다.

정부가 집값은 절반으로 깎아주고 개인부채도 갚아준다는 등 환상을 국민에게 심어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반시장적인 정치논리가 노무현 정권의 정책실패 원인이라면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복지논리도 또 다른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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