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뉴라운드 시대 새화두 '국제투자규범'

세계경제 질서 재편 '태풍의 눈'>>관련기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국제 투자규범 문제가 11월 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 협상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계기로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 자유화를 통해 세계경제가 동반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막자는 인식이 최근 들어 부쩍 확산되면서 관련 협상에도 보다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WTO가 출범을 준비중인 뉴 라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우루과이 라운드 당시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이견으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 농업 및 서비스 분야 뿐만 아니라, 투자 규범ㆍ정부조달 투명성ㆍ무역과 경쟁정책 등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문제들이 협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 이른바 '신통상 의제'(new trade issue)로 통칭되는 이들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항목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국가간 투자를 자유화하는 투자규범이다. 지난달 31일 멕시코에서 개최된 비공식 통상장관 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은 개발도상국과 민간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투자 자유화 부문을 협상 의제로 채택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투자규범 마련은 지난 95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처음 시도 됐으나 합의도달에 실패했고, 지난 99년 시애틀 제3차 WTO각료회의서도 뉴라운드 출범 자체가 무산되면서 투자규범 문제는 수면아래로 내려갔다. 뉴라운드 출범의 기본 원칙 등을 담을 '각료선언문 초안'의 9월말 마무리를 앞두고 최근 프랑스가 이에 대한 연기를 요청하는 등 진통도 있지만 어느 때보다 채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제는 투자규범 그 동안 우루과이 라운드 등 다자간 협상은 국가간 무역장벽 철폐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뉴라운 협상에서는 유럽과 미국이 외국인에 대한 투자장벽 폐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상당수준 합의, 자본자유화를 위한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관세철폐에서 시작된 협상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유화를 넘어 투자에 대한 각국의 규제철폐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투자규범가운데 세계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조항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할 것을 규정하는 내국민대우. 이 협정에 WTO 회원국이 합의할 경우 각 정부는 외국인의 공장설립이나 주식투자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차별을 대부분 폐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기업은 해당 정부를 WTO에 직접 제소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도 마련, 특정 기업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장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반면 각국 정부의 권한은 상당부분 축소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분쟁절차를 해결해 주는 WTO의 권한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투자, 더욱 크게 늘 것 영국의 전문조사기관인 EIU는 투자규범 마련을 위한 협정이 채결될 경우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 뿐만 아니라 증시 등에 투자되는 간접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이성봉 박사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투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이뤄지면 국경을 넘는 투자가 증가할 것은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투자에 대한 보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세계화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9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93년 이후 영국을 필두로 한 주요 선진국들이 투자에 대한 장벽을 철폐하자, 리스크가 큰 개도국보다는 투자에 대한 보장이 확실한 선진국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국 등 일부 이머징 마켓의 경우도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과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투자규범이 이 같은 경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1월 WTO 도하 회담을 앞두고 지난 우루과이 라운드 당시 해결점을 찾지 못해 다시 논의하는 농업 문제 뿐만 아니라 자본투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투자규범 관련 협상에도 해당국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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