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다려라! 가을 필드] 레슨 받으실래요, 용품 바꾸실래요, 당신의 선택은?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승부 준비 비자금 있다면…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라운드가 2주 뒤 잡혀있다고 가정하자. 이 승부를 준비할 피 같은 비자금 100만원이 있다면 이 돈을 어떻게 쓸까. 1,700여명의 골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레슨을 받는 데 52만5,000원을 쓰고 연습장(또는 연습 라운드)에 300만원, 그리고 새 장비 구입에 17만5,000원을 지불하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이는 최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지난해 가을 미네소타주립대학교의 산업ㆍ조직심리학과의 댄 사차우 교수의 설문 결과를 알기 쉽도록 한화 단위로 바꾼 것이다. 응답자는 평균 한 해 53차례 골프를 치는 핸디캡 14의 54세 남자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골퍼들의 대답과 실제 행동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가 추정하는 지난해 미국 전역의 레슨비용은 기껏해야 2억500억달러 정도였다. 이에 비해 같은 해의 신제품 골프채 구입비용은 14억달러에 달했다. 중고 용품 거래금액까지 합치면 차이는 훨씬 커진다. 골퍼들은 왜 생각과는 딴 판으로 행동하는 것일까. 사차우 교수는 사람들은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선택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스윙을 바꾸기보다 클럽을 구입하는 게 더 쉽다. 레슨은 장비를 바꾸는 것보다 자존심을 더 심하게 건드린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는 의도적인 행동으로도 해석된다. 시험을 하루 앞두고 공부는 하지 않고 TV나 영화를 보는 학생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 학생은 성적이 나쁘면 실력 부족보다는 전날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용품 구입에 따른 기량 향상 기대치는 생각보다 크다. 사차우 교수가 설문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가장 많은 타수를 줄여주는 방법'에서 레슨(3.1타)에 이어 맞춤 클럽(3.0타), 신제품 아이언(1.9타), 신제품 드라이버(1.8타) 등 용품 구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소위 '가짜 약 효과'를 뜻하는 플라세보 효과는 골프용품에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선수들과 거액의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클럽 설계에 첨단 과학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돈으로 실력을 살 수 있다면….' 골퍼들의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골프 장비 기술도 계속 진화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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