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우리 마음 속에 떨어진 미사일

북한의 무모한 불꽃놀이에 온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슴 아픈 이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호주머니를 털어 굶주린 동포들을 지원했던 우리 국민들이다. 필자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너무 어이없었던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였다. 인공위성일지도 모른다고 현실을 피해가는 국방부 장관,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고 강변하는 통일부 장관, 정치 사건일 뿐이지 안보문제는 아니라며 오히려 언론을 탓하는 청와대 안보책임자와 계속된 침묵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대통령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북한은 실재하는 군사적 위협이자 통일을 이뤄야 할 파트너이므로 동맹관계의 강화를 통한 대응과 함께 교류ㆍ협력의 양면 전략이 적절하게 구사돼야 한다. 현 정권은 언론이나 국민들이 북한인권이나 납북자 문제 등을 거론할 때마다 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하기는커녕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들을 외면함으로써 남남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북한의 도박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비경쟁을 촉발시켜 군사 대국화를 바라는 주변국들에 멍석만 깔아줄 뿐이라는 점을 타이르지 못하고 저자세로 일관한 정부의 대응이 결국 지난 98년 미사일 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한반도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중국에는 발사 사실을 미리 알리면서 동포들은 외면하는 북한에 대한 분노가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긴밀한 국제 공조 하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주변국의 정부가 부러워지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백번을 양보해도 미리 발사 징후를 알았다면서 민항기가 미사일 사이를 날아다니고 어선들이 목숨을 건 출어에 나섰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이 정권에, 헌법에 나와 있는 대통령과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임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우리를 정말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 대통령과 동족에 대한 불신의 초래이다. 이번에 돌아온 600억원짜리 미사일의 최종 탄착점은 바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가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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