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당 중앙위 수반' 잇따라 언급

■김정은 띄우기 열 올리는 北매체<br>군부 이어 노동당 장악 대내외적으로 알려<br>'따뜻한 지도자' 포장 등 전면등장 정지 작업 활발<br>당 총비서직 승계까지는 좀 더 시간 끌 가능성도

북한이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을 앞두고 김정은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에 따른 김정일 후계체제보다 김정은 체제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우려와 함께 혹시 있을지도 모를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6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당 중앙위원회의 수반'으로 잇따라 언급하며 전일 최고사령관에 이어 노동당도 김정은 체제로 들어갔음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이날 노동신문은 "전국의 모든 당조직들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고 있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고 강조했다. 당 중앙위원회의 수반은 당 총비서를 의미하므로 김 부위원장이 이미 당 총비서 역할을 수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당 규약에는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을 겸직하도록 돼 있으나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공석인 상황이어서 김 부위원장이 총비서 역할을 사실상 대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군부와 노동당이 모두 김정은 체제에 접어들었음을 알린 셈이다. 남은 절차는 자연스럽게 김 부위원장이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함께 당 총비서로 공식 추대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영결식 이후 북한 군부와 노동당 내에서 김 부위원장을 최고사령관과 당 총비서로 추대하고 자연스럽게 김 부위원장이 받아들이는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열린 9ㆍ28 당 대표자회에서 유명무실했던 노동당 조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을 충원하고 그동안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던 당 중앙군사위를 되살렸다. 김정은 후계체제를 노동당이 뒷받침할 수 있도록 조직적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 부위원장을 인민을 배려하는 따뜻한 지도자로 포장하는 점도 김 부위원장의 전면등장을 서두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한파가 맹위를 떨친 24∼26일 김 위원장의 조의식장 주변에 봉사대, 의료초소, 더운물 매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등장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실제 봉사매대에서는 따뜻한 차와 콩우유를 나눠주고 만경대승용차사업소는 무료 차량정비 봉사도 하고 있다. 추위 속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대형 버스도 등장했다. 북한매체들은 특히 조의식장 주변에 갑자기 편의시설이 설치된 것은 김 부위원장의 긴급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도 김 부위원장이 조의식장을 찾는 인민들이 모자와 머릿수건, 장갑과 귀걸이를 착용하게 하고 조의를 표시할 때만 모자와 머릿수건을 벗도록 한 점을 '크나큰 은정'이라고 표현했다. 또 김 부위원장이 6만개의 '발열붙임띠(핫팩의 일종으로 추정)'와 사탕가루 등을 추도객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마련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김 부위원장을 '사랑의 화신'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북한이 서둘러 김 부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뿐 아니라 당 총비서로 추대하려는 이유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발생한 권력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후계 체제가 확립됐다고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권력 내 작은 균열도 자칫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당이 영도하는 국가여서 당 총비서가 돼야 확실한 영도자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은 대중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는 선전선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김 부위원장을 빠르게 총비서로 추대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이가 어리고 정치 경력이 짧은 김 부위원장이 당 국가인 북한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갖는 당 총비서직에 오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김 부위원장을 당 수반으로 언급한 구호 역시 노동당 총비서를 의미한다기보다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모든 영역을 다루는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김 위원장조차도 3년상을 마친 뒤에야 당 총비서직을 거머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 면에서 아버지보다 취약한 김 부위원장이 당 총비서직 승계를 급하게 욕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