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김장 소회


자연이 빚는 1년 주기의 생명순환의 정점, 단풍잔치가 화려한 막을 내려가고 있다. 이제 그의 피조물 생명체들은 각자의 겨울준비를 해나가리라.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이 땅의 선조들은 혹한기 신선채소 대용으로 김장이라는 것을 발명해냈다. 어릴 적 마당 가득 속살 드러내며 반으로 갈라진 배추와 차가운 물에 발개진 어머님의 손등이 떠오른다. 요즈음 포장김치 사먹는 집이 늘었지만 아직도 전체 가구의 60%가 직접 김장을 담근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김장은 전통 DNA로 우리 곁에 있음이 분명하다. 김치는 주재료인 배추와 고추가 음양의 조화를 이룬 식품이다. 배추는 고랭지와 같이 서늘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지만 고추는 25℃ 이상의 고온과 건조함이 결실기의 필수 요건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아 고추는 흉작으로 가격이 평년의 2배까지 치솟았지만 배추 가격은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렇듯 두 재료의 성질뿐 아니라 형성된 가격까지 음양의 조화를 이룬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한다. 수입 농축수산물을 썩 반기지 않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러하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배추, 고추에서 보듯 풍흉이 극단으로 갈리고 농산물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여 농민과 소비자의 이해가 교차된다. 농가 소득 증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농림수산식품부로서는 옛 이야기에 나오는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 되고는 한다.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농산물 가격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농민에게는 생산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고 소비자에게는 수입품 선호로 돌아서게 하지 않는 가격의 조화로운 영역이 필요하다. 배추와 고추가 서로 극단의 품성을 보완하고 유산균을 듬뿍 품는 발효 과정으로 융합돼 김치라는 세계적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아가듯 정부 정책을 비롯한 모든 인간사도 이를 닮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 김치가 비만과 혈압을 잡는 데도 우수하다는 임상 결과 발표가 있었다. 올 겨울 김장김치에 젓가락이 더 가는 여유로움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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