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朴時龍 부국장 겸 정경부장『경기 상승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4월 선거 이 후 경기가 급락해 경착륙(하드 랜딩)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물가불안을 우려하는 시각은 있지만 우리경제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본원통화를 풀어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에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여곡절 끝에 한은의 독립적인 통화신용정책 수립·집행을 규정한 개정 한은법이 발효된 것이 98년 4월 1일. 전 총재는 「독립 한은」의 초대 총재로서 통화신용정책과 물가안정의 수장 역활을 맡은지 만 2년이 지났다.
全총재는 취임후 작년말까지 전체 직원의 4분의1 (26.5%)을 줄이는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마음고생을 톡톡히 치뤘으며 특히 통화신용정책의 주체에 관한 정부, 민간의 인식전환이 뒤따르지 않아 일어난 오해 등으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
개정 한은법 발효 2주년을 맞아 「관행과 인식전환을 통한 제2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全총재를 만나 변화된 한국은행의 모습과 우리경제 현안들을 짚어 봤다.
-개정 한은법은 금리정책을 포함한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이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고유권한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측에서 금리에 대해 자주 언급하면서 금리정책 주체가 정부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정 한은법은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권한을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에 부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바람직한 금리수준이나 향후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사례가 간혹 있었습니다.
금통위가 아닌 정부기관이 구체적인 금리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때문에 자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은법 개정으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무엇입니까. 또 통화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미진한 점이나 보완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입니까.
▲일정기간 달성해야 할 물가목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됐습니다. 또 통화신용정책도 시장 친화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따라 통화정책 운용방식을 금리중시로 전환했을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와 반응을 피드백 하는 과정을 통해 시장과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힘써 왔습니다. 통화정책의 주요 결정내용을 즉시 알리고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 투명성을 높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저물가경제로 이행하는데 공감해야 하는데 아직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금리가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자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장단기 금융시장이 발달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런면에서통화안정증권은 국채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총액한도 대출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용돼 중앙은행 대출제도가 유동성조절이나 금리공시기능으로 활용되고 있지 못합니다.
-한은법 개정이후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환경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감독권 문제를 들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모델로 꼽히고 있는 美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경우도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적인 수립·집행을 위해 독자적인 감독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은법에도 공동 검사 요구권한이 있지만 상대(금융감독원)가 있기때문에 여의치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감독권인 일본은행(BOJ)의 고사권(考査權)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사권은 감독 및 검사는 하지만 시정 명령 등 집행권한은 없다) 우선은 현 제도의 틀내에서 빠르면 2분기부터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공동검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 한국은행의 예산권을 정책협의회 상대인 정부, 즉 재정경제부가 가지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최고 의결기구인 금통위가 예산심의권을 가지든지 국회가 직접 심의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합니다.
- 우리경제는 지난해 10.7%의 성장을 해 경기과속·과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분기별로 보면 최근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되는 추세입니다. 경기저점이 어디냐도 상당기간 지난후에 알수 있듯이 경기 고점도 고점이 지난후 상당기간 지나야 알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경기지표를 종합랄 때 고점에 거의 근접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4월 총선이후 경기가 급락하는 경착륙(하드 랜딩)하는 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국제 유가상승, 총선, 재정 확대 등 대내외적으로 물가 불안을 우려케 하는 요인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금년도 물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금년들어 소비자 물가가 다소 올랐으나 대부분 계절적 요인에 의한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며 전반적으로 물가상승을 걱정할만한 징후는 없습니다. 국제유가상승에 대한 물가상승압력이 환율하락, 유통혁명, 석유제품에 대한 탄력세율 조정등에 의해 상당부문 흡수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 것도 물가안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년중 국제원자재가격 강세, 임금상승압력 증대 등 비용면에서 물가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데다 경기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여유 공급능력이 축소되면서 물가상승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소한 한은이 본원통화를 확대해 물가를 불안케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올해 정부가 잡고 있는 12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에 회의적인 시각들이 있습니다. 올해 경상수지 목표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석유수출국 기구(OPEC)의 증산합의로 국제 원유가격이 안정되면 일단 원유가 상승으로 인한 최근의 수입급증액은 상당폭 줄어들 것입니다. 또 경기회복으로 중간재, 자본재의 수입이 느는 것은 수출 증가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소비재 수입이 증가하는 것인데 이는 정부차원에서 조절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국민 개개인이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주식자금 등 외국자본이 많이 유입되면서 원화가 절상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또 지나친 외자유입은 통화관리에도 부담이 되는 것 아닙니까.
▲통화관리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출입 흑자분에다 외국인 주식자금, 외국인 직접투자 등 자본거래 등으로 들어온 돈을 흡수하기 위해(불태화·不殆化)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할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통화안정증권의 이자비용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외자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또 원화 절상압력도 기업과 금융기관의 수요창출을 통해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벤처 열풍이 우리경제의 새로운 희망인 것은 사실이지만 거품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벤처는 모험산업이기때문에 성공율보다 실패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위험을 회피하면 혁신을 하지 못합니다.
벤처산업의 활성화는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혁신분위기를 조성하게 됨으로써 빠른 시간내에 선진경제체제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벤처산업과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과 인력이 과도하게 단기간에 집중되면 기존 제조업의 위축, 자산가격의 버블화, 시중자금의 이상 집중 등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은행의 대형화를 비롯해 금융산업의 2차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성 안정성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고, 대형화 이를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필요하고 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시장경제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통합하는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봅니다.
외환위기 이후 절박한 환경속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고 갈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금융기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김동호기자
정리=온종훈기자JHOHN@SED.CO.KR
입력시간 2000/04/02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