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단말기 보조금 정책에 대해

이동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때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금은 불법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올해 3월 이후부터는 2년 이상 가입자에 한해 보조금을 주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개정안의 핵심은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장기 우량가입자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주도록 하되 청소년 보호와 무분별한 과소비 방지를 위해 2년 미만 가입자에게는 보조금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동안 혜택에서 소외돼온 장기 우량가입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대신 통신 과소비 등의 부작용은 막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일부 소비자 사이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오해가 있는 상태다. 우선 소비자가 받고 싶어하고 사업자는 주고 싶어하는 보조금을 정부가 왜 주지 못하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정부는 보조금을 주자는 쪽이다. 2년이 넘도록 오래 사용한 소비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보상을 해주라는 것이다. 다만 미성년자가 무분별하게 가입하는 문제와 지나친 통신소비를 막기 위해 가입한 지 2년이 안된 사람에게는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오랫동안 요금을 많이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혜택을 받아야 한다. 보조금 규제가 없다면 단말기를 1년에 두세 번씩 바꾸는 사람들에 대한 보조금을 선량한 일반 가입자들이 대신 내주는 꼴이 된다. 가입기간을 아예 규제하지 않으면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규제가 없더라도 통신회사는 절대로 모든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주지는 않는다. 통신회사는 영리가 목적인 만큼 새로운 가입자를 늘리는 데 돈을 쓰지, 이미 확보된 고객에게는 돈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 문제가 대부분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정부가 2년 동안 한 번만 보조금을 주도록 한 것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단말기 교체주기가 2년 안팎임을 감안한 것이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첨단 신규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가입기간 제약 없이 보조금을 주도록 했는데 이는 서비스 시장 수요창출과 해외진출을 지원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정부의 단말기보조금정책은 후발 사업자를 도와주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1위 사업자는 보상할 장기 우량가입자가 다른 사업자보다 많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지만 이들이 현재 이익을 많이 내는 이유 또한 이런 가입자가 많기 때문인 만큼 이들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특정 사업자의 유ㆍ불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신규 가입자에게 일정 기간만 쓰게 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과거 경험을 볼 때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가입과 통신 과소비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예전에도 청소년들이 의무약정을 조건으로 한 공짜 단말기 유혹에 끌려 가입했다가 통신요금 때문에 가출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문제가 됐다. 앞서 밝힌 것처럼 통신회사들은 영리기업인 만큼 미래를 담보로 신규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과거에 이미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규 가입자만 혜택을 보고 장기 사용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 규제가 복잡해서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히려 불법 단속이 쉬워질 수 있다. 보조금 지급이 불법일 때는 대리점 수수료 등 음성적인 형태로 보조금이 지원됐기 때문에 단속이 어려웠다. 하지만 보조금과 수수료를 분리, 합법적 보조금이 지급되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할 돈이 없어지게 돼 단속대상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정부의 단말기보조금정책은 소비자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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