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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1 D-5] 동물 행동진화 경제학적 원리로 분석해온 '통섭의 지식인'

■ 메인 스피커- ③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의 이름이 무척 귀에 익다. 중학교 2학년 국어시간에 그가 쓴 '개미와 말한다'를 통해 개미의 의사소통법을 배웠고 고등학교에서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에서 유추와 비유의 개념을 배웠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면서 통섭(consilienceㆍ統攝)의 지식인인 최 교수는 '서울포럼 2011' 이튿날 세 번째 세션에서 랜디 올슨 과학다큐멘터리 제작자 등과 함께 발표와 토론을 한다. 특히 최 교수에 앞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영상강연이 예정돼 직접 만나 토론을 하는 것은 아니라 아쉽지만 도킨스와의 간접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통섭의 지식인 최 교수가 '서울포럼 2011'에서 들려줄 주제는 '과학의 소통'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그들만의 공간에서 연구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대중과의 소통, 과학자들 간의 소통, 학문 간의 소통을 통해 우리 기초과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의 'consilience'를 최 교수가 '통섭'으로 번역하며 유명해진 통섭의 개념은 하나이상의 것이 물리적으로 합쳐지는 통합과 녹아 합쳐진 화학적 융합을 넘어 합쳐진 곳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는 개념이다. 과학도 통합과 융합을 넘어 통섭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교수의 생각과 삶은 그의 최근 저서 '과학자의 서재'에 많은 부분이 담겨 있다. 책에는 최 교수가 과학자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길을 밟아 왔는지 자신의 목소리로 담백하게 들려준다. 최 교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입시학원을 오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력과 호기심,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 '행복한 과학자'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벽을 허물어 행복한 과학자인 최 교수도 처음부터 과학자를 꿈꾸지는 않았다. 시인을 꿈꾸기도 하고 조각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학에서 동물학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나섰다. 최 교수는 인터뷰에서 "원래 과학자보다는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이과로 가는 바람에 3년 내내 투덜대며 다녔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생물학 공부는 뒷전이었다. 주로 사회학과 미술대학, 영문과 수업을 듣고 다녔다. 그러다가 잘 모르면서 선택한 생물학 내에 굉장히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유학을 가게 됐다. 유학 가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또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글 쓸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반응이 의외로 좋아 자꾸 더 쓰게 됐다"며 과학자로서의 여정을 설명했다. 동물학자로서 최 교수의 연구는 행동생태학이라고 불린다. 생태적 측면에서 동물들의 사회행동을 진화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재 처해진 생태환경 내에서 그 행동이 어떻게 진화돼왔는지 경제학적인 원리로 분석한다. 손익계산을 통해 이런 행동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행동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 교수는 생물학 연구에서 어떻게(How)보다는 왜(Why)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왜 그런 행동이 진화했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해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영장류 연구를 시작했다. 사람과 유사한 영장류 연구는 진화생물학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은혜 갚는 까치가 아니라 복수하는 까치'라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거리를 오가다 까치가 유난히 소리를 내거나 날개를 치며 따라온다면 한 번쯤 '내가 까치에게 뭐 잘못한 일이 있나' 기억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이원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학생, 이상임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전임연구원,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생명과학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까치가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야생조류가 사람을 분별한다는 내용의 연구는 전세계에서 까마귀와 흉내지빠귀(Mimus polyglottos)에 이어 세 번째다. 최 교수는 경제학도 진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부상한 행동경제학ㆍ신경제학은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경제학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기존 경제학은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학문이다. 금융위기는 경제의 주체인 인간이라는 동물의 행동과 심리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결여한 경제학이 논리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2002년 미국 프린스턴대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점은 경제학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1977년 서울대 동물학 학사 ▦1982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대학원 생태학 석사 ▦1986년 하버드대학교대학원 생물학 석사 ▦1990년 하버드대학교대학원 생물학 박사 ▦1990 ~1992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전임강사 ▦1992 ~1994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조교수 ▦1994 ~2006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2006~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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